[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
말은 말일 뿐이다. 그것으로 감정을 명확히 정의할 순 없다. 뜨겁다가 설레고 어느 순간 불안감까지 동반하는 첫사랑의 감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은 1983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가족 별장에서 여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중 스물네 살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를 만나면서 뜨거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는 이야기다.
엘리오는 여름마다 가족들과 함께 별장에 머물러야 하는 현실이 지겹다. 평소와 다름없던 어느 날 교수인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 올리버가 찾아온다. 키 크고 잘생긴 데다 매너까지 좋아 순식간에 동네의 스타가 된다. 엘리오는 낯선 그가 싫지만 묘하게 신경 쓰인다. 올리버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묘한 열등감은 동경심으로 바뀐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곁을 맴돌다 결국 마음을 털어놓는다. “신호를 보내지. 날 실어하는 줄 알았잖아요”라는 엘리오와 “보냈어”라는 올리버의 대화는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여느 연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엘리오의 마음을 확인한 올리버는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라고 말한다. 규정된 말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상대방을 부르며 마음 전부를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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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두 남자의 여름처럼 뜨거웠던 사랑을 그린다. 하지만 성별이나 나이를 떠나 감정에 집중하기에 공감이 된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일상생활에서 서서히 서로에게 매료되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서툴지만 과감한, 뜨겁지만 식을까 불안한 두 사람의 모습은 첫사랑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성적 교감이 그리 노골적으로 담기지 않는 것 역시 두 사람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배경인 이탈리아 남부의 크레마는 영화의 정서를 더욱 깊게 한다. 취할 듯 쏟아지는 햇살이 스크린에 가득 담기는데, 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 된다.
영화의 엔딩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홀로 남은 엘리오가 벽을 보고 앉아 묘하게 미소를 짓다가 화를 내다가 결국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이 롱테이크로 담긴다.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감정을 느끼며 성장한 그다. 영화의 엔딩을 넘어 그가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모습이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