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영화 ‘괴물들’ 포스터/사진=리틀빅픽쳐스
영화 ‘괴물들’ 포스터/사진=리틀빅픽쳐스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지만 어른들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괴물들’(감독 김백준)은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까지도 괴물이 될 수 있는 무서운 결말 말이다.

‘괴물들’은 10대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그린 청춘 누아르다.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급우에게 제초제를 탄 음료수를 먹여 복수하려고 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오승훈 등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그동안 학교폭력을 다뤘던 작품과는 다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지 않고 누구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되는 피해자의 모습은 가슴이 아프다.

재영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교내 1인자 자리를 거머쥔 양훈(이이경)의 타깃이 되면서 일명 ‘빵셔틀’(빵 심부름)부터 갖은 폭력과 말도 안 되는 요구 등을 수행하며 집요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선생님도, 부모님도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경찰은 재영에게 “맞은 건 잊어. 복수할 생각 말고”라고 말한다.

재영의 상황을 해결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건 그 어떤 것도 없다. 살기 위해선 자신이 가해자가 돼야 한다. 영화는 재영이 살아남기 위해 충격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으로 학교폭력의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양훈 역시 어른들의 방관으로 탄생한 문제아다.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주변 어른들의 무조건적인 지적과 비난은 그의 반항심을 키웠다. 그를 바른 길로 안내하는 이는 없다. 양훈의 분노의 화살은 친구들에게로 향한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 환경이 양훈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어른들의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한다.

김백준 감독은 가해자, 피해자, 방관하는 어른들 모두를 괴물로 그렸다. 또한 약자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폭력의 속성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재영과 양훈을 각각 연기한 배우 이원근과 이이경은 청소년들의 불안한 눈빛과 치기 어린 행동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녹아들었다. 또 피해 여학생 보경 역을 맡은 박규영도 첫 영화인데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괴물들’은 학교폭력를 소재로 했지만 잔인한 폭력장면과 모방의 위험성 때문에 청소년관람불가 상영등급을 받았다.

‘괴물들’은 오늘(8일) 개봉했다. 상영시간 111분.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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