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SBS ‘의문의 일승’ 방송 캡쳐
/사진=SBS ‘의문의 일승’ 방송 캡쳐
윤균상의 길고 긴 싸움이 드디어 끝났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날고 기며 갖은 고생을 했지만 드라마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3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의문의 일승’(극본 이현주, 연출 신경수) 마지막회에서는 김종삼(윤균상)이 전 대통령인 이광호(전국환)의 살인 및 살인교사에 대한 것을 언론에 폭로했다. 더불어 자신의 정체가 형사가 아니라 사형수였다고 고백했다.

이후 두 사람과 이광호의 배후였던 국수란(윤유선)과 곽영재(박성근)는 감옥에 들어가 죗값을 치렀다. 시간이 흐르고 출소한 김종삼은 진진영(정혜성)과 재회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의문의 일승’에 대한 기대는 시작 전부터 컸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신경수 PD와 윤균상의 재회였기 때문. 더구나 전작 ‘역적’으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입증한 윤균상이기에 더욱 그랬다.

베일을 벗은 ‘의문의 일승’은 신선했다. 평소 TV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연극배우 전성우, 윤나무, 김동원, 백석광 등이 현실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또 베테랑 배우 전국환, 김희원, 최원영, 윤유선 등은 드라마의 중심을 잡았다. 특히 쉴 새 없는 윤균상의 분투는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시작만 좋았다. 드라마는 의문의 전개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사형수인 김종삼이 형사 오일승이 되어 복수를 하는 이야기인데 그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헐겁기 짝이 없었다. 형사의 신분을 도용한 만큼 들킬 수 있는 허점은 많았지만 이는 마치 한 편의 코미디처럼 넘어갔다.

특히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에 활력을 주기 위해 ‘병맛 코드’를 접목했지만 오히려 산만하게 만들었다. 사건에 연루된 많은 등장인물은 몰입을 방해했다. 한 회라도 놓치면 드라마를 따라갈 수 없었다. 각 캐릭터들이 강렬해서 오히려 주인공이 돋보이지 않았다.

여주인공이었던 정혜성은 극 초반 조연급의 분량이라고 할 만큼 보기 힘들었다. 중반부터 진진영과 김종삼이 얽힌 사연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분량이 많아졌는데 여기에 핑크빛 분위기를 가미시켰다.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였다. 하지만 정혜성의 연기 변신은 주목할 만했다. 그동안 사랑스러운 이미지였던 그가 진중하고 무게감 있는 형사 역을 맡으며 한층 넓어진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악의 꼭대기에 있는 이광호를 잡는 과정은 지난했다. 이광호를 잡으려는 인물이 너무나도 많았고 이를 40회 동안 끌고 가려니 드라마는 힘을 잃은 듯 했다. 이에 극 말미 김종삼이 이광호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반전을 줬지만 이후 전개는 뻔한 권선징악이었다.

‘의문의 일승’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은 연기력에 있어서는 구멍이 없을 만큼 열연했다. 하지만 허술한 전개가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했고 시청률은 10%를 한 번 넘지 못하고 종영했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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