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1급기밀’에 출연한 배우 김상경 / 사진제공=리특빅픽쳐스
영화 ‘1급기밀’에 출연한 배우 김상경 / 사진제공=리특빅픽쳐스
“’1급기밀’은 정치색이 없는 영화입니다. 방산(방위산업) 비리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죠. 한 정부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순신 장군님 시절 때도 있었던 문제니까요. 여야가 손을 잡고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하하”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1급기밀’에서 국방부 군수본부 항공부품 구매과장 박대익 중령 역을 맡은 김상경의 말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당시 방산비리 척결이 주요 이슈였기에 친정부적 영화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까지 재미있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정치적 견해가 들어간 선택이 아니다”라며 이 같이 말했다.

‘1급기밀’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와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 관련 외압설 폭로, 2009년 군납 비리 문제를 MBC ‘PD수첩’을 통해 폭로한 해군 소령의 이야기 등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평소엔 뉴스에서 군대 비리가 보도되면 욕만 했어요. 하지만 군대는 우리와 멀리 떨어진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내 자식이 겪을 일이잖아요. 관심 있게 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영화에서 박 중령은 내부 비리를 목격한 후 이를 바로잡고자 하지만 거대 세력과 부딪힌다. 떳떳한 군인이자 아빠가 되고 싶은 그는 군복을 입고 방송에 출연하며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로 나선다. 박 중령을 연기한 김상경은 외적인 모습뿐 아니라 군인으로서의, 아빠로서의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한다.

“군인이기 때문에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어요. 특유의 군인정신이 몸에 배야 한다고 생각했죠. 몸 동작이나 말투 등을 연습하며 진짜 군인의 모습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배우 김상경은 “군대는 우리와 멀리 떨어진 얘기가 아니다”라며 영화 ‘1급기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 사진제공=리특빅픽쳐스
배우 김상경은 “군대는 우리와 멀리 떨어진 얘기가 아니다”라며 영화 ‘1급기밀’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 사진제공=리특빅픽쳐스
김상경은 영화에 대해 조근조근 진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면서도 호탕한 웃음과 재치 있는 말투로 인터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영화의 한 장면을 설명하던 중 벌떡 일어나 연기 시범까지 보였다. 그의 밝은 에너지는 영화 촬영장에서 더욱 빛났다. 100여 명의 촬영 스태프들의 이름을 모두 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한 편을 찍을 때 3~4개월을 동고동락하는 사람들인데 ‘어이’ ‘야’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작품을 시작하면 차에 스태프들 이름을 붙여놓고 외워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10회차 안에는 외우죠. 급하게 외우니 금방 잊기도 하지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나로 인해서 만남이 유쾌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항상 갖고 있어요.”

최근엔 tvN ‘인생술집’ 녹화도 마쳤다. 드물게 출연했지만 김상경의 예능 출연은 매번 화제를 모았다. 탁월한 예능감 덕분이다. 실제로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많이 받지만 김상경은 신중했다.

”제안은 많이 받아요. 하지만 예능에서 웃고 떠들고 장난 치는 모습에 익숙해지면 무거운 역할을 연기했을 때 관객들이 집중하지 못할까봐 걱정돼요. 아직은 연기가 제일 재미있고 좋아요.”

1998년 MBC ‘애드버킷’으로 데뷔해 올해로 21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이고 오래 한 일인에도 김상경은 “내 연기를 보며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은 그의 원동력이 됐다.

“촬영할 땐 내 모든 재능과 지식을 담아 연기하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죠. 그렇기 때문에 더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력 50년이 넘어도 계속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순재 선생님처럼 나이가 들어도 계속 연기를 하는 게 목표예요.”

김상경이 추구하는 연기는 무엇일까.

“배우는 평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소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영화 안에서만 흉내를 내는 건 옳지 않죠. 비오는 날 저녁, 버스를 탔을 때 화장품 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인 느낌은 직접 맡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거든요.”

올해 ‘1급기밀’뿐 아니라 ‘사라진 밤’ ‘궁합’ 개봉도 앞두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낼 김상경이다. 그는 흥행에 대한 욕심보다 의미 있는 작품에 진심을 다해 참여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항상 주어진 것에 감사하려고 해요.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성패는 제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물론 흥행한다면 정말 좋겠지만요. 하하.”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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