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SBS ‘이판사판’ 방송 캡쳐
/사진=SBS ‘이판사판’ 방송 캡쳐
‘B급 판사 법정물’로 시작한 ‘이판사판’의 끝은 달랐다. 현 사회 이슈를 밀도 있게 녹여내며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유종의 미였다.

11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이판사판’(극본 서인, 연출 이광영) 마지막회는 이정주(박은빈)와 사의현(연우진)의 러브라인이 중심을 이뤘다.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만 있던 두 사람이 마침내 마음을 고백하며 사랑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2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서울지방법원에서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원으로 옮겨 부임했다. 여전히 티격태격했지만 애정만큼은 끈끈했다.

극 초반 ‘이판사판’은 과한 설정으로 비난을 받았다. 이정주가 재판 도중 법복을 벗고 피고인에게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다소 억지스러운 이정주와 사의현의 로맨스 설정은 눈에 거슬렸다. 하지만 이는 무거운 법정물을 코믹한 분위기로 환기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초중반부터는 이정주의 친오빠 최경호(지승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졌다. 그러면서 남편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몰리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장순복(박지아)의 재심도 같이 진행됐다.

‘이판사판’은 ‘진실’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강간사건, 재벌 3세 폭행사건, 유력 정치인을 둘러싼 스캔들, 중학생 폭행사건 등 최근 사회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현실성 있게 다루며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극 중 ‘정의’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유명희(김해숙)가 최경호의 살인사건 진범으로 밝혀져 큰 반전을 선사했다. 그동안 그가 한 말 한마디와 행동들이 복선이었던 것이다.

드라마는 마지막회까지 사회의 문제점들을 놓치지 않았다. 젠더 문제와 촛불행진 문제, 개인정보 유출, 노년 이혼 등에 대한 것들을 다뤘다.

이정주와 사의현, 도한준(동하)의 미묘한 삼각관계도 극의 재미를 높였다. 도한준이 이정주를 향해 온갖 애교와 애정공세를 펼친 데 비해 사의현은 담백하면서도 엉뚱한 표현으로 웃음을 안겼다.

처음으로 판사를 연기한 박은빈은 전작 ‘청춘시대’에서의 철부지 이미지를 완벽에 가깝게 지웠다. 한층 더 성숙해지고 차분한 모습으로 이정주 역을 표현했다. 연우진은 무게감 있는 판사 역을 위해 말투와 톤을 바꿨다. 도한준은 전작 살인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애교는 물론 카리스마 있는 모습까지 팔색조 매력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이문식, 우현, 배해선, 김해숙, 김민상, 오나라, 최정우, 김희정 등 연륜 있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이판사판’의 시작은 ‘B급 법정물’이었지만 마지막은 ‘웰메이드’로 남았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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