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장르 음악 전문의 에이전시 시스템으로 스톤쉽을 시작했던 석찬우 대표 / 사진제공=부바그래피(백엔포스)
장르 음악 전문의 에이전시 시스템으로 스톤쉽을 시작했던 석찬우 대표 / 사진제공=부바그래피(백엔포스)
석찬우 스톤쉽 대표는 국내 힙합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획제작자다. 힙합 뮤지션 앤덥과 리듬파워는 그가 스톤쉽의 전신 레이블인 킹더형 레코드를 운영할 때 주최한 공연을 통해 힙합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석 대표는 3년 간 힙합음악 레이블 VMC(비스메이저 컴퍼니)에서 발매한 모든 앨범을 제작했다. 현재 주목 받고 있는 아티스트 소마, 오르내림도 그가 기획했다. 화나의 ‘화나콘다’,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을 기획한 프로듀서이기도 했다.

석 대표는 2014년 스톤쉽을 시작하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전형적인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체계에서 탈피해 장르 음악 전문의 에이전시 시스템을 구축키로 한 것. 이를 위해 레이블의 기능을 수행하며 제작한 앨범이 싱글을 포함해 80여장에 이른다. 그 중 서사무엘의 ‘FRAMEWORKS’는 201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딥플로우의 ‘작두(Feat. 넉살, Huckleberry P)’는 같은 해 최우수 랩&힙합 노래에 선정되며 음악성도 인정받았다. 이제 그는 스톤쉽을 기존의 에이전시와는 또 다른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개척과 확장의 길을 걷는 석찬우를 만났다.

10. 스톤쉽이 그간 해왔던 에이전시 시스템을 쉽게 설명해달라.
석찬우: 스톤쉽의 에이전시 시스템이라고 하면 부동산 중개업소를 떠올리면 된다. 거기에 가면 매물을 보여준다. 스톤쉽은 소속 아티스트를 홍보하기 위해 좋은 앨범을 매물로 보여줬다. 원래 음반을 내려면 레이블이 있어야 하지만 스톤쉽에서는 레이블 기능도 수행했다. 즉, 레이블의 색에 구애 받지 않고 아티스트가 음악을 하되 음반을 낼 수 있도록 투자 및 제작을 해준 거다. 이렇게 나온 좋은 매물로 공연과 행사들을 이어줬다.

10. 에이전시 시스템의 장점은?
석찬우: 미래의 유망주를 빨리 찾을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난 신예들의 데모테이프가 많이 들어온다. 지금은 다른 소속사에 있지만 오프온오프도 나한테 처음 데모테이프를 보냈고, 오르내림도 첫 데모테이프를 보내왔다. 앨범 하나만 제작해 주거나, 앨범 유통이나 홍보만 도와주거나 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관리를 하다 보니 곡 발매 주기가 빠르다는 이점도 있었다.

10. 레이블의 고유한 음악 색에 갇히지 않아서 스톤쉽에는 다양한 음악 색을 가진 아티스트가 많은 것 같다.
석찬우: 처음부터 다양성을 표방하며 시작했다. 아티스트가 가진 고유의 음악성과 매력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소마도 그룹 베리로 활동할 당시 자신만의 음악 색과 재능은 있었지만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실력에 비해 자기 길을 못 만들어가는 같아 음악, 브랜딩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깊은 대화를 통해 소마의 색을 이끌어 내줬다. 그 결과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됐고 첫 EP인 ‘Somablu’를 발매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놀랐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나잠 수, 싸이코반이 극찬을 했던 것이 기억 난다.(웃음)

소마 ‘Face Me'(OLNL Remix ver.) / 사진제공=스톤쉽
소마 ‘Face Me'(OLNL Remix ver.) / 사진제공=스톤쉽
10. 아티스트를 영입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뭔가?
석찬우: 여러 가지를 보지만 그 중에서도 ‘마이웨이’가 있느냐다. 소속사의 유무를 떠나 아티스트는 10년 후에도 자신 만의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고유의 삶의 방식이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에미넴이 자신의 삶을 반영한 서사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팬으로 만드는 것처럼. 스타성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인간으로서의 매력도 본다.

10. 스톤쉽에서 공개한 뮤직비디오들도 저마다의 색채가 있고 강렬한데 어떻게 만들었나?
석찬우: 영상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여서 사람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포인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영상에 색깔을 담는 것을 중시하게 됐다. 그래서 ‘플립이블’(본명 서동혁)이라는 영상 감독과 교감하고 있다. 레드벨벳 ‘덤덤’, 블랙핑크 ‘휘파람’ 등 대형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와 상업 영상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상업 영상 업계에서 이력을 쌓은 분이다. 힙합 아티스트 영상을 찍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 스톤쉽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시작했다. 스톤쉽 뿐만 아니라 VMC, 박재범, 식케이 등 힙합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작업도 많이 했다.

10. 앨범을 만들 때 프로듀서로서, 스톤쉽의 대표로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석찬우: 프로듀서로는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앨범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아티스트가 혼자서만 만들면 블랙홀로 빠질 수 있다. 대표의 관점으로는 소비자, 즉 듣는 이의 시각으로 앨범을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의견을 우선 순위에 놓고 최대한 존중한다.

10. VMC 초창기에는 스톤쉽이 어떻게 관여했나?
석찬우: 래퍼 우탄이 2014년에 발매한 정규 앨범 ‘주레카(Zooreca)’부터 ‘작두(feat. 넉살, 허클베리 피)’가 수록된 딥플로우의 정규 앨범 ‘양화’, 오디(Odee)가 지난해에 낸 EP ‘SLY’까지, 이 기간에 VMC에서 나온 모든 앨범을 스톤쉽이 100% 투자 및 제작했다. VMC의 독점 에이전시이기도 했다. 이 3년 동안 스톤쉽과 VMC는 사업적으로 서로의 성장 동력이 됐다.

넉살 ‘작은 것들의 신’ 커버 / 사진제공=스톤쉽, VMC
넉살 ‘작은 것들의 신’ 커버 / 사진제공=스톤쉽, VMC
10. 넉살의 ‘작은 것들의 신’의 제작자로도 참여했는데 이 앨범의 A&R을 하면서 기억나는 트랙이 있다면?
석찬우: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2번 트랙인 ‘Make It Slow(feat. DJ YTst)’다. 이 곡을 쓴 비트메이커 포카페이스(4KAPAS)에게 내가 비트를 받아준 것도 있지만 동갑내기 넉살의 대기만성을 그릴 수 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라 좋아한다. 타이틀곡인 ‘팔지 않아’는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강원도까지 가서 추운 날 고생을 하면서 촬영했는데 GDW 팀에서 도와줘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다. 리짓군즈의 블랭타임이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해줬다.

10. ‘작은 것들의 신’에서도 만드는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던 트랙이 있었나? 만드는 과정에서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석찬우: 11번 트랙인 ‘Do It For(feat. 팔로알토, MC META)’는 프로듀서인 애스브래스(ASSBRASS)에게 딥플로우와 같이 가서 비트를 받을 때 ‘‘밥값’보다는 이 곡이 타이틀곡으로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비트만 들었는데도 타이틀곡 감이었다. 결과적으로 타이틀곡이 된 ‘밥값’을 만들 때는 처음 피처링을 오혁으로 생각했다. 같은 소속사인 하이그라운드의 코드쿤스트가 쓴 트랙이기도 하니까. 당시 상황이 맞물리지 않아 쿤타가 피처링을 했다. 5번 트랙 ‘악당출현(feat. ODEE, 딥플로우, 던밀스, 우탄)’은 원래 딥플로우의 앨범에 수록될 아이디어였다.

콘텐츠의 핵심 역량을 강조하는 석찬우 스톤쉽 대표 / 사진제공=부바그래피(백엔포스)
콘텐츠의 핵심 역량을 강조하는 석찬우 스톤쉽 대표 / 사진제공=부바그래피(백엔포스)
10. 국내 힙합계에 몸담은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 간다. 10년 전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나?
석찬우: 힙합이 대중적인 코드가 됐고 힙합을 소비하는 시장도 넓어졌다. 래퍼를 꿈꾸는 이들의 접근성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이런 부분에서 격세지감도 느낀다. 힙합을 대하는 분위기도 달라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아이돌 그룹 연습생들 중 보컬 실력이 부족한 지망생에게 래퍼 포지션을 줬는데 지금은 랩을 잘하는 래퍼들을 찾거나 힙합신에 엮여 있는 연계성까지 따지며 찾고 있다.

또 대중음악산업을 콘텐츠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콘텐츠의 핵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다고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힙합 콘텐츠든 아티스트든 핵심 역량을 갖췄을 때 미디어 노출이라는 타이밍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10. 자신을 얘기할 때 똘배티와 돌배앤가바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시작했나?
석찬우: 돌배앤가바나의 시작은 순수하게 재미였다. 2015년에 생애 처음 해외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고 여권 사진도 처음 찍었는데 구청 앞 포토부스에서 막 찍은 사진이라 내가 봐도 무섭게 나왔다. 벅와일즈 크루 채팅방에 올렸더니 “똘배 형이 우리 편이라 다행이다”라고 하더라.(웃음) 그때 지코가 Mnet ‘쇼 미 더 머니4’ 출연을 앞두고 ‘My Team’ 리믹스를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그 곡의 커버를 내 사진으로 찍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싸이코반 형이 재미로 커버를 만들고 티셔츠로 까지 발전하게 됐다. 덕분에 패션계 사람들도 알게 되어 좋다.(웃음)

10. 스톤쉽이 올해 나아가려는 방향은?
석찬우: 지난 3년 간은 에이전시 시스템의 장단점, 아티스트와의 관계, 계약의 형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우리의 역량도 파악했으니 장점은 살리고 추릴 건 추려서 새로운 형태의 레이블로 스톤쉽을 리브랜딩하고자 한다. 현재 해외 사업을 위한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 마케팅과 글로벌 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해외 사업을 발전시켜 갈 계획이다. 해외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국내 아티스트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 모두 사업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스톤쉽 시즌1’이었다고 보면 된다.

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요한 건 인간이 한다는 것이다. 스톤쉽에서 발매한 음악을 듣고 한 팬이 편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삶이 힘들고 우울해서 안 좋은 순간까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음악을 듣고 힘내서 살아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시간을 초월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음악도 꾸준히 만들어나갈 것이다.

10. 기획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차트에서 히트하는 음악과 오랫동안 사랑 받는 음악 사이에서 늘 고민이 있을 것 같은데.
석찬우: 좋은 음악은 차트에서 히트도 하고 오랫동안 사랑도 받는다고 생각한다. 상업성과 예술성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나 흑인 음악은 메시지가 많은 음악이다. 보편적인 감성이 주축인 팝이나 다른 장르에 비해 가사가 품고 있는 힘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스톤쉽에서 만드는 음악에 메시지를 잘 풀어내고 싶은 이유다.

10. 올해 계획은?
석찬우: 2018년에는 더 새롭게 변화된 모습의 ‘스톤쉽 시즌2’로 더 멋지고 좋은 음악,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이다. 1월 말 혹은 2월 초 발매 예정인 오르내림의 정규 앨범 완성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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