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마녀의 법정’ / 사진=방송 캡처
KBS2 ‘마녀의 법정’ / 사진=방송 캡처
KBS2 ‘마녀의 법정’은 끝까지 통쾌했다. 고구마 대신 사이다만 가득한 드라마,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 고속도로 위를 직진하던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독종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이하 여아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지난 28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마이듬은 20년 만에 엄마 곽영실(이일화)을 만났다. 곽영실을 죽이고 마이듬에게서 자신의 범죄 사실이 담긴 수첩을 빼앗아 다시 재기하려던 조갑수(전광렬)는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 당하며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조갑수를 마이듬과 여진욱이 찾아냈고, 조갑수는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다.

조갑수는 수족이었던 백상호(허성태)를 죽인 것과 1996년 형제고문 사건의 피해자 곽영실을 세 차례 죽이고자 한 것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게다가 마지막 변론에서 “누군가의 피와 땀으로 역사는 진보한다. 난 나라와 조국을 위해 뜨겁게 살았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희생됐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회는 없다”며 반성하지 않았다.

마이듬은 “저 피고인에게 법은 언제 심판을 내릴 것인가. 지금이다. 저 피고인으로 하여금 열심히 사는 걸 포기시키고 사회로부터 격리시킬 수 있도록 법이 작동해야 한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판사에게 사형 선고를 받은 조갑수의 분노는 처절했기에 더욱 통쾌했다.

1년 뒤. 조갑수는 교도소에서 사형수로 살아갔다. 자신 때문에 죄수가 된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예전의 당당함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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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법정 드라마와 다를 것 없이 권선징악을 실천했다. 하지만 ‘마녀의 법정’이 특히 사랑받은 이유는 고구마 없는 전개 덕분이다. 악의 축인 조갑수 사건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고, 그 외에 다양한 성범죄들이 섬세하게 묘사됐다. 갑갑할 법한 소재임에도 이를 척척 처리하는 마이듬과 여진욱의 활약은 웃음을 유발했다.

특히 속물이었던 마이듬이 여러 사건을 처리하며 점차 정의로워지는 과정과 그가 패소 위기의 재판정에 화려하게 등장해 결정적 증거를 내놓는 장면 등은 보는 이들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들과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뻔뻔한 태도를 유지하는 가해자들의 태도는 시청자들의 공분과 공감을 동시에 샀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남녀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마녀의 법정’이 보여준 의미 있는 시선이다. 또 “우리의 법은 피해자를 보호하며 가해자에게 냉철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나”라는 대사처럼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게 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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