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개그맨 김기리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lsh87@
개그맨 김기리가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현 기자lsh87@
최근 종영한 SBS 월요드라마 ‘초인가족 2017’에서 김기리는 ‘도레미 주류 회사’ 영업팀 내 박원균 대리를 맡았다. 박원균 대리는 어느 회사에나 하나씩 있을 법한 캐릭터다. 뺀질이지만 소식에도 재빠르며 아부도 잘해 미워할 수 없는 밉상이다. 이 보통의 얼굴을 김기리는 자연스럽게 연기해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튀지도 뒤쳐지지도 않게 ‘도레미 주류 영업팀’과 스며들었다. 김기리는 이러한 발전 뒤엔 눈물 젖은 닭이 있었다고 말했다.

10. 직장인으로 연기하는 건 어땠나?
김기리: 직장 생활을 안 해봐서 초반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직장을 다니는 일반인 친구가 도와줬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여서 솔직하게 말해주더라.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하나야, 고마웠다.(웃음) 저희 집 앞 치킨집 사장 아주머니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

10. 어떤 도움을 주시던가?
김기리: 1, 2화가 나가고 가게에 갔는데 대뜸 “연기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호되게 혼내셨다. 처음엔 이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될 지 고민했다. 하지만 치킨집은 굉장히 시끄러워서 TV 속 연기자들의 대사가 잘 안들리고 표정 위주로 보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표정 연기에 있어서는 치킨집 아주머니가 준전문가더라. 그래서 마음에 새기고 눈물 젖은 닭을 먹으며 계속 노력했다.(웃음)

10.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김기리: 굉장히 좋았다. 마지막 촬영 끝나고서는 다같이 제주도에 같이 놀러 갔다 왔다. 박혁권 선배가 사표 내는 신에서도 끈끈한 팀워크를 느낄 수 있었다.

10. 사표 신에서는 어떤 일화가 있었나?
김기리: 리허설 때 도레미 주류 팀 배우들이 혁권 선배가 연기하는 걸 보고 울었다. 본 촬영도 원래 우는 신이 아닌데. 감독님도 “어어, 이거 우는 신 아니에요” 하시더라.(웃음) 실제로 정이 많이 들었고 인간적으로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10. 과연 TV를 통해 봤을 때도 인상 깊은 연기와 장면이었다.
김기리: 명장면이자 명연기 중의 명연기였다. 사실 그 장면의 혁권 선배 대본 파트만 보면 느낌표의 연속이다. “왜 우리 회사는 안해줍니까!”, “우리가 짐승입니까!”라고 적혀있는데 선배는 조근조근하게 풀어내서 깊은 여운이 남았다.

10. 그 신에서 배우 황석정의 카메오 출연도 화제였다. 현장에선 어땠나?
김기리: 기운에 놀랐다. 카메오임에도 현장을 확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나천일(박혁권)이 더 불쌍해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웃음) 어떤 면에선 섹시하기까지 했다.

10. 어떤 직업이든, 프로페셔널한 사람에게는 확실히 섹시함이 느껴진다.
김기리: 그렇다. 혁권 선배한테도 재차 섹시하지 않았냐고 네 번 정도 물어봤지만 “그래”라곤 안 하시더라.(웃음) 두 분 다 미혼이라 내심 가교 역할도 해보고 싶었는데 실패했다.(웃음)

10. 사표 신이 배우들을 울린 데엔 박혁권이 맛깔나게 연기한 대사들의 몫도 있었을 거다. ‘초인가족’ 대사 중 어떤 것이 기억에 남았나?
김기리: “정상이 아니면 어때?”다. 나익희(김지민)이 좋지 않은 성적표를 가져왔을 때 가족들이 한 말이다. 정말 그렇지 않나. 중간이면 어떤가. 세상을 움직이는 건 중간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1, 2등이 아니면 어떤가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한 번 편해졌다.

10. 예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일이 있었나?
김기리: 개그맨 공채에 붙은 후 신인 때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 유세윤 선배가 너무 개그를 잘하는 거다. 선배를 보면서 내가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걱정됐지만, 선배는 타고난 개그 천재인데다 경력도 무시할 수 없더라.

10. 드라마가 기록한 최고 시청률이 5.3%였다. 아쉽진 않았나?
김기리: 편성에 비해선 좋게 나온 것 같다. 혁권 선배가 한 말이 있다. “좋은 몫의 김밥집, 맛으로 승부하겠다.” ‘초인가족’은 지하 2층에 숨어있는 맛있는 김밥집 같은 드라마였다.

10. 오열 연기도 화제가 됐다.
김기리: 화면에 나오진 않았지만, 혁권 선배가 눈으로 많이 슬퍼해줬다. 신이 끝나고 나니 “네가 나한테 그런 감정을 줘서 그런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하면서 좋았다고 칭찬해줬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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