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특별시민’ 문소리
‘특별시민’ 문소리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제작 팔레트픽쳐스)이 승승장구 중이다.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 이야기로 개봉 6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9일 열리는 조기대선과 개봉 시기가 맞물리며 화제성까지 잡았다.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이야기다.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충무로 연기파 여배우의 활약이다. 최민식·곽도원은 물론 심은경·문소리·라미란·류혜영 등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의 ‘똑똑한’ 활용이 돋보인다.

라미란은 최민식과 대적하는 양진주 역으로, 심은경과 류혜영은 각각 서울시장 후보인 변종구와 양진주 후보 캠프에서 활약하는 젊은 패기의 선거 전문가로 출연했다. 특히 문소리의 활약이 주목을 끈다. 극중 베테랑 정치부 기자 정제이 역을 맡은 문소리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결코 단선적이지 않은 언론인의 모습으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정제이는 선거판의 특종을 잡으려 한다. 변종구를 비롯해 정치인들 사이에서 팽팽한 이해관계를 이어간다. 정제이는 변종구 캠프에 들어온 박경(심은경)의 대학 선배로 그에게 친근하게 접근해 특종을 빼간다. 그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내 편과 네 편은 없다. 정제이는 박경에게 “정치꾼들한테서는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 역시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박경과 대비를 안긴다.

‘특별시민’ 최민식, 문소리
‘특별시민’ 최민식, 문소리
문소리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관찰력과 취재력 그리고 누구에게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으로 반짝반짝 빛을 낸다. 변종구마저도 정제이의 눈치를 살핀다. 정제이는 특종 제보를 받아 3선을 넘어 대선을 향한 변종구의 빅 픽쳐에 위협을 가한다. 박인제 감독은 “정제이는 변종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문소리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까지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신뢰를 보였다.

이처럼 문소리는 정제이를 통해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입체적인 기자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기자의 모습은 특종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희화화된 악역이나 넘치는 정의감을 주체 못해 사건 해결에 발 벗고 나서는 영웅성 등 꽤나 단순하고 평면적이었다. 문소리는 악인도 성인도 아닌, 남다른 ‘촉’을 지닌 언론인의 모습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작품 속 기자의 새 얼굴을 만들어냈다.

물론 문소리의 출연 분량은 많지 않다. 그러나 문소리는 남다른 연기 내공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오롯이 드러냈다. 전작인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에서 히데코(김민희)의 이모 역으로 특별출연한 그는 제11회 아시안 필름 어워즈에서 당당히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분량은 문소리에게 그다지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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