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파트4에서 이어옴) 밴드를 결성한 만쥬한봉지 멤버들은 괜찮은 레이블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타진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스스로 앨범 제작, 발매, 공연 섭외 등을 처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레이블 형태로 운영됐다. 리더 최용수는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려보기 위해 인디레이블 ‘퐁당사운드’를 창립했다. 의욕은 충만했지만 직접 레이블을 운영하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사실 데모를 만들어 여러 레이블에 돌렸지만 연락이 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스튜디오 덴저럿싸(현재는 퐁당사운드)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증을 내버렸습니다.”(최용수)
만쥬한봉지
만쥬한봉지
레이블 문패를 ‘덴저럿싸’로 명명했던 것은 평소 좋아했던 마이클 잭슨의 대표곡 ‘댄저러스(Dangerous)’를 ‘뽕끼’ 넘치고 재미있게 표현한 오마쥬였다. 실제로 그 이름은 밴드가 나아갈 음악적 지향점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덴저럿싸’라는 명패를 1년 정도 유지했던 것 역시 그 때문이다. 그때, 똘똘한 조아라는 밴드에 변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나가야하는데(웃음) 세계인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레이블 문패를 개명하자고 했죠. SNS를 통해 지인들에게 문의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외국 포르노 앞에 나오는 ’FBI WARNING SOUND‘, 엄청난 용량을 의미하는 ‘테라 사운드’ 등 여러 가지 장난스럽지만 재미있는 이름이 많이 나왔는데 불어 퐁당사운드(FONDANT SOUND)로 최종 결정했습니다.”(만쥬)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만쥬한봉지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만쥬한봉지
새로운 문패의 의미는 ’달짝지근하고 은근히 지속적으로 당기는 달콤한 프랑스식 물엿 같은 가락’이다. 한국말로 ‘퐁당’은 푹 빠진다는 의미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밴드를 결성한 2011년부터 재미로 카혼을 연주하기 시작한 최용수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공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카혼 연습을 시작했다. “타악기에 재능이 있는지, 다른 악기보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 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공연하면서 계속 치다보니 실제로 실력이 늘어 요즘엔 제가 잘 다루는 악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최용수)
만쥬한봉지 공연사진 모음
만쥬한봉지 공연사진 모음
2012년 가을, 처음으로 남이섬 코끼리페스티벌 무대에 초대받았다. 보컬 조아라는 ‘얼굴이 빵처럼 둥글게 생겼다’며 예명을 ‘만쥬’로 정했다. 작은 페스티벌이지만 정식 무대에 초대받은 것이기에 긴급하게 팀명을 정해야 했다. 이런 저런 이름을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 리드보컬 만쥬의 예명에서 힌트를 얻어 ‘만쥬한봉지’라고 작명, 입에 착 감기는 느낌을 받아 팀명으로 결정했다. 내성적인 건반 한준희는 밴드결성 초기에 무대공포증을 겪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음악경연대회 나간 이후로 오랜만에 관객 앞에서 피아노연주 하니 떨리더군요. 홍대 클럽 몇 군데를 돌며 오디션 봤을 때도 너무 긴장돼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습니다.”(한준희) 만쥬 역시 사람들 앞에 나서는 자체가 떨려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강릉 경포대에 만쥬한봉지
강릉 경포대에 만쥬한봉지
2013년 3월에 첫 싱글 ‘밤 고양이’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감사하게도 큰 무대에서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2013년 말, 전주KBS의 ‘문화공감 나비’ 출연 당시, 친하게 지냈던 공연장의 엔지니어 오대호가 베이스로 참여했고 그의 소개로 드럼 이운주까지 객원 세션으로 합류했다. 클럽 빵 인근의 라이브클럽 어쿠스틱 홀릭에서 매주 화요일 오후 8시에 고정스테이지를 맡았다. “그땐 지인들 말고 아무도 보러 오질 않았습니다. 그냥 배경음악 깔고 실전연습을 한다는 마음으로 5개월 정도 했습니다.”(최용수)
강릉 경포대에서 만쥬한봉지
강릉 경포대에서 만쥬한봉지
이후 헬로루키, 그린플러그드, 펜타포트 슈퍼루키, K루키즈, CJ 튠업 등 각종 루키 오디션에 지원했지만 대부분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 2013년 펜타포트 슈퍼루키 선발전에서는 네티즌 투표 1위를 차지해 기대가 부풀었지만 정작 심사위원 심사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최종결선까지 갔던 것은 2014년 그린플러그드 그린프렌즈가 유일했다. 싱글 3개를 내긴 했지만 밴드의 체제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니앨범격인 EP발매는 쉽지 않았다. 음악적으로나 작업량의 측면에서 감당할 상황이 되질 못했다. “나중에 저희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찾고 나서 음반을 내자고 주장했는데 용수오빠는 일단 소개하는 의미로라도 내야한다고 맞섰어요. 일단 일종의 명함처럼 우리 음악을 싱글로 들려주는 것은 좋다고 생각습니다.”(만쥬)
사근진해변에서 만쥬한봉지
사근진해변에서 만쥬한봉지
달콤한 어쿠스틱 팝부터 발라드, 알엔비 등을 실험한 결과, 소울블루스에 뽕짝을 엮는 재미난 스타일의 음악으로 노선을 잡았다. 2014년 8월부터 정규앨범을 준비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발표한 싱글 5곡과 EP 앨범으로부터 ‘배웅’, ‘위로가 필요해’, ‘사생활이 궁금해’, ‘자다가도’, ‘지운다’ 등 5곡을 선곡했다. 최근작을 우선적으로 골라 양재동 퍼즐레코딩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2015년 2월, 총 12곡을 수록한 정규1집 ‘밤마실’을 발표했다. SBS라디오 파워FM ‘씨네타운S’ 로고송으로 채택된 ‘술도 한잔’은 이들이 지향하는 ‘뽕짝소울’의 전형이다. 이 노래는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피쳐링에 참여했고 ‘무소유 블루스’, ‘먼저 잘게’, ‘불면증’ 등에 악퉁의 베이시스트 안병철, 키보디스트 윤주웅, 마카오신사의 리더 정지혜, 엑시트의 보컬퍼커셔니스트 이슬기가 힘을 보탰다.
강릉 선교장에서 만쥬한봉지
강릉 선교장에서 만쥬한봉지
만쥬한봉지는 한국적 ‘뽕삘’과 서양적 ‘소울’의 합체라는 자신들만의 선명한 음악적 노선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표를 달 생각은 없지만 만쥬 혼자서 보컬을 구사하는 라인업은 혼성트리오의 최대 장점인 환상적인 보컬 하모니 구현에 치명적 한계로 보인다. 때문에 진하고 다채로운 감성을 표출하는 만쥬의 1인 3역 가창력과 수준 높은 연주, 독창적인 편곡 구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건반 한준희는 소극적인 자신의 이미지 틀을 깨고 밴드의 이미지를 업 시켜주는 퍼포먼스와 매력적인 음색을 지닌 목소리를 이용한 내레이션도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과거 만쥬한봉지는 직장인 만쥬로 인해 주말에만 합주나 공연을 잡는 활동제한이 있었다. “2년 간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뮤지션의 삶을 살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음악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둔 것은 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아가려는 의지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니 시야가 넓어지고 큰 즐거움들을 찾아가는 기분입니다. 여전히 제 앞날이 어떠한 모습일지는 물음표만 가득하지만, 적어도 매일 매일이 어제보다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됩니다.”(만쥬)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밴드활동을 통해 앨범을 내고 인터뷰 및 방송출연과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미미시스터즈와 공연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저도 아티스트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레이블 퐁당사운드 PD로써 앞으로 식구를 더 늘리면서 다양한 음악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한준희) “저는 기본적으로 ‘뽕삘’이 있어서 멜로디는 더욱 대중적으로 가고 싶지만, 저희들만의 독창적인 연주를 연구하고 부각시켜볼 생각입니다. 올해는 6-7월에 전주를 시작으로 8월 창원, 9월 부산, 대구 등 전국투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늦가을에는 새 미니앨범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최용수)
강원도 강릉 선교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강릉 선교장에서 만쥬한봉지
*2년 6개월 동안 연재한 골든인디컬렉션 칼럼을 사랑해준 애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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