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쥬한봉지
만쥬한봉지
만쥬한봉지

(파트1에서 이어옴) 만쥬한봉지의 리더 최용수는 기타, 카혼, 멜로디언, 벨 연주는 물론이고 앨범 프로듀싱과 곡 창작 등 멀티 재능을 펼치는 뮤지션이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성실하지만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성향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최용수는 초등학교 시절 전국 과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던 과학영재 출신이다. 그런 그가 과학자의 꿈을 이뤄줄 공대가 아닌 철학과로 진학하고, 인디레이블을 설립해 뮤지션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은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한 자유로운 영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용수 유아시절
최용수 유아시절
최용수 유아시절

최용수는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에서 음악과는 백 촌도 넘는 평범한 집안의 2남 중 장남으로 1982년 10월 31일에 태어났다. 과학적 재능을 타고난 호기심 많았던 아이는 위인전, 전래동화 등 책읽기와 모형 비행기를 조립하는 놀이를 좋아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6살 때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무려 7년 동안 동네 피아노학원에 다니며 음악과 인연을 맺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어릴 땐 음악은 과학적이지 않은 그저 즐기는 대상이었고 제가 꿈꾸는 과학연구와는 정반대라고 생각했습니다.”(최용수)

최용수 초등학교 5학년 과학영재시절
최용수 초등학교 5학년 과학영재시절
최용수 초등학교 5학년 과학영재시절

대구 동산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과학탐구 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하며 과학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졸업을 앞두고 용인 에버랜드로 수학여행을 간 그는 친구 2명과 장기자랑대회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끼를 부려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예상치 못한 진귀한 모습에 선생님이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김건모’의 카세트테이트를 상품으로 안겼다. 음악이라곤 동요와 아버지가 차에서 틀었던 트로트 밖에 몰랐던 그에게 처음 들어본 김건모의 ‘핑계’는 마치 신세계가 열리는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자연스럽게 용돈을 모아 윤종신, 룰라, 더 클래식 같은 대중가요음반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대구 덕원중학교 2학년 때 학교 일진이었던 같은 반 짝꿍 손경락은 이어폰을 끼고 메탈리카의 전 앨범을 듣고 다녔던 메탈음악 광팬이었다. 공부를 잘 했던 최용수는 친구의 공부를 봐주었고 그 친구는 불량학생들로부터 최용수를 보호해주는 절친이 되었다. “경락이가 추천한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을 듣고 귀 구멍이 터지는 경험을 했죠. 그때부터 해외메탈 테이프를 빌려서 들었습니다. 하루는 그 친구가 일렉트릭 기타를 가져와 교실에서 연주했는데 너무 멋있어 제가 드럼을 칠 테니 밴드를 하자는 엉뚱한 제안을 했습니다.”(최용수)

클럽 오뙤르 공연에서 최용수
클럽 오뙤르 공연에서 최용수
클럽 오뙤르 공연에서 최용수

드럼 교본을 구해 교회에서 스틱을 잡기 시작했지만 밴드결성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경북대사대 부고에 진학한 최용수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한 단짝 친구 손경락과 헤어졌다. 록음악에 매료된 최용수는 브리티시 팝, 얼터너티브, 비틀즈 같은 밴드음악에 빠져들었다. 용돈이 넉넉지 않아 문제집 구매 등 온갖 명목으로 부모님께 돈을 타내고, 전단지, 찹쌀떡 알바로 돈을 벌어 음반을 구입했다. 정식으로 드럼을 배우고 싶어 실용음악학원에 나갔다. “뮤지션이 되려한 것은 아니었고 드럼을 치는 것이 그냥 멋있어 보였습니다.”(최용수)

최용수가 스무살시절 즐겼던 인라인 스케이트
최용수가 스무살시절 즐겼던 인라인 스케이트
최용수가 스무살시절 즐겼던 인라인 스케이트

그 때 학교 근처에서 인라인스케이트로 묘기를 부르는 ‘어그레시브 인라인’을 타는 형들과 친해졌다. 수능이 끝나면 드럼세트를 사려고 모으던 돈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구입했다. “제가 충동적인 면이 있었나 봅니다. 주말엔 항상 인라인스케이트를 탔지만 남들이 다 수험공부를 하는 분위기라 문제집만 거의 100권 가까이 풀며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최용수) 수능에서 6개만 틀렸을 정도로 시험을 잘 봤다. 서울에 있는 대학진학을 결심했다. “대구는 보수적이고 문화도 덜 발달해 갑갑했는데 서울로 유학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더군요.”(최용수)

2001년 최용수 최초공연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 2005년 24살때 결성한 첫 밴드 퍼플 헤이즈
2001년 최용수 최초공연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 2005년 24살때 결성한 첫 밴드 퍼플 헤이즈
2001년 최용수 최초공연 대학신입생 오리엔테이션, 2005년 24살때 결성한 첫 밴드 퍼플 헤이즈

2001년 성균관대 인문학부에 합격한 최용수는 일문과를 원했지만 학과가 없어 가장 멋있어 보였던 철학과를 선택했다. 철학과 방에 굴러다니던 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기타를 잘 치면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배로부터 고3때 숨겨있던 감성을 터트려준 김광석 노래 ‘이등병의 편지’ 코드를 배워 열심히 튕겼다.

만쥬한봉지 1집 발매기념공연
만쥬한봉지 1집 발매기념공연
만쥬한봉지 1집 발매기념공연

군 입대 전까지 매일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고 못 마시는 술을 마시며 2년을 보냈다. 2003년 충주리조트에서 열린 신입생 후배들의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선배가 기타를 칠 줄 안다는 이유로 ‘친구와 함께 공연을 하라’고 했다. 엉겁결에 마련된 인생 최초의 공연에서 친구 이아름의 노래에 기타반주를 했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공연 때 실수를 했지만 철학과 학우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짜릿한 흥분을 맛봤습니다.”(최용수) 2학년을 마치고 공군에 입대했다. 군 생활 중에 악기 하나를 마스터할 생각으로 친구에게 오만 원을 주고 구입한 일렉트릭 기타와 중급 기타교재를 들고 갔다.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상병이 되면서 장래에 대한 고민을 했다. “제가 아침잠이 정말 많아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습니다. 그런 직업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았죠. 뮤지션은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는 직업일 것 같아 음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웃음) 개인시간이 많아진 말년 병장 때는 화성학 교본을 구해 혼자서 음악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최용수) 군 복무시절에 최용수는 창작곡을 쓰기 시작했다. 습작기를 거치던 2004년 어느 날, 인생 최초의 공연을 함께했던 대학친구 이아름이 편지에 자신이 쓴 가사를 잔뜩 적어 보내왔다. 가장 맘에 드는 가사를 골라 보사노바 느낌이 나는 멜로디를 입혀 마치 기성 작곡가가 만든 것 같은 말랑말랑한 곡을 만들었다. 첫 창작곡 ‘환청’이다.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강원도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만쥬한봉지

2005년 복학 후, 최용수는 기타를, 이아름은 보컬을 맡고 건반을 치는 후배 이민정과 함께 3인조 밴드 ‘퍼플 헤이즈’를 결성했다. 성신여대 인근의 작은 라이브카페 플래닛 블루에서 1주일에 한 번씩 공연을 했다. “관객은 거의 없었지만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6개월 정도 밴드를 하다 보니 멤버들이 개인사정으로 활동이 뜸해졌습니다. 뭔가 아쉬워지더군요.”(최용수) 한 학기를 마친 최용수는 음악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다시 휴학을 하고 2006년 4월 서울재즈아카데미 작편곡과에 입학을 했다. (파트3으로 계속)

글, 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최진실 기자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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