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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의 정규 1집 ‘XOXO’가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가요계에서 백만 장 돌파는 2001년 단일 가수 중 god의 4집이 180만장, 김건모 7집이 135만장 팔려나간 후 처음이다. 이러한 밀리언셀러 등극은 합법적 온라인 음악시장이 등장한 2005년 이래 최초의 일이라 더욱 놀랍다. 12월 엑소가 발매한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 판매량인 43만장까지 합하면 엑소의 올해 총 앨범 판매량은 무려 144만장에 이른다. 2013년에 엑소가 거둔 밀리언셀러를 과거의 밀리언셀러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엑소의 밀리언셀러는 ‘XOXO’의 두 가지 언어 버전의 앨범과 그 각각의 리패키지반까지 합친 수치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12월 27일까지 ‘XOXO’의 키스 버전(한국어)이 26만9,689장, 허그 버전(중국어)이 20만1,881장, 그리고 키스 버전의 리패키지가 33만6,024장, 허그 버전의 리패키지 19만9,983장이 팔렸다. 이를 모두 합치면 100만7,577장으로 백만 장을 돌파한 셈이 된다. ‘12월의 기적’은 역시 12월 27일 기준으로 한국어 버전이 25만7,135장, 중국어 버전이 17만171장이 팔린 것을 합쳐서 42만7,306장이 팔려나갔다. 셈이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엑소의 앨범이 2013년에 한국에서만 약 144만 장이 팔려나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엑소의 판매량은 실로 놀라운 숫자다. 21세기 들어 국내 음반시장은 급격히 쇠락했다. 가요계의 호시절로 회자되는 90년대에는 100만 장을 넘기는 사례가 많았다. 가요 음반 외에 팝 음반도 100만 장 씩 팔리곤 했다. 하지만 2000년에 100만 장 이상 팔린 음반은 4장(서태지 6집, H.O.T. 5집, 조성모 3집, 연가 1집), 2001년에는 3장(god 4집, 김건모 7집, 연가 1집)이었고 2002년부터 단 한 장의 밀리언셀러도 나오지 않았다. 음반판매량 감소는 갈수록 심해졌다. 2000년에 13장에 달하던 50만 장 판매 앨범은 2003년에 1장으로, 2000년에 126장에 달한 10만 장 판매 앨범은 2003년에 36장으로 급격히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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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가 여러 버전과 리패키지반까지 합쳐 100만 장을 넘었으니 새롭게 밀리언셀러의 시대가 오는 것일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엑소 외에 다른 가수들의 음반 판매량을 살펴보면 판매량 면에서 온도차가 극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반시장에서 엑소가 최강자였다면 음원시장에서는 아이유가 있었다. 아이유는 10월 7일 정규 3집 ‘모던 타임즈’ 음원을 일제히 공개하고 버스커버스커를 제치고 온라인 음원사이트 음원차트 줄 세우기에 나섰다. 이후 10월 6일~12일 성적을 합산한 가온차트 주간 다운로드차트 1위~11위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주에만 아이유가 거둔 총 다운로드 건 수는 290만6,216건이다. 그럼 아이유의 앨범은 총 몇 장이나 팔렸을까? ‘모던 타임즈’는 약 1만 장 정도 판매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은 오프라인에서, 한쪽은 온라인에서 초강세를 보였다. 헌데 2013년을 돌아봤을 때 이 둘의 음반 판매량은 100만 장 VS 1만 장.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100배에 달하는 이 숫자의 의미가 뭘까?

아이유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골고루 사랑받는 뮤지션이다. 유명세로 따지면 국민적인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반면 엑소는 10대 층에게서 집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른들은 엑소를 잘 모른다. 팬이 아니라면 열두 명의 멤버의 얼굴과 이름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의 충성도는 무서울 정도다. 엑소가 뜨면 주변 상황이 마비될 정도. 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엑소의 공연을 본 한 해외 관계자는 “케이팝이 자국에서 이렇게 엄청난 팬덤을 갖고 있는지 미처 몰랐다. 정말 대단하다”라고 말할 정도. 열성 팬들은 엑소의 앨범을 여러 장 구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스탠더드 버전과 리패키지 버전이 동일하게 팔려나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리패키지 앨범은 1집 수록곡 외에 후속 타이틀곡 ‘으르렁’과 ‘XOXO’, ‘Lucky’ 등을 추가한 버전이다. 다른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음반의 겉모습과 안에 담긴 사진도 모두 다르다. ‘12월의 기적’은 한술 더 떠 음반 안에 멤버 한 명의 사진과 글이 담긴 스노우볼 형태의 아이템이 담겼다. 만약 12명 멤버의 스노우볼을 모두 가지려면, 최소한 12장의 앨범을 사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건 거의 ‘따조’(과자 안에 든 장난감) 수준이다. 이걸 모으기 위해 앨범을 여러 장 구입하는 팬들도 있다. 이것이 바로 ‘절대 팬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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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를 통해 여러 가지를 실험했다. 엑소케이, 엑소엠 두 가지 버전을 통해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이후 인기를 모으자, 한국 팬들이 중국어 앨범까지 구입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렇게 특별했던 것일까? 일단 퍼포먼스가 달랐다. 열 두 명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견고한 안무. 누구 한 명의 손동작만 어긋나도 앙상블이 무너질 수 있는 섬세한 군무가 스펙터클하게 펼쳐졌다. 훈육된 아이돌그룹으로서는 현재 나온 퍼포먼스 중에 가장 진보한 형태를 보인다. ‘아이돌의 끝판왕’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 SM엔터테인먼트의 기존 아이돌그룹과 비교해보면, 소녀시대를 통해 선보인 대담한 무대 연출, 샤이니를 통해 보여준 독특한 세계관 등이 엑소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엑소의 음악은 마니악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으르렁’은 꽤 잘 만든 곡이지만, 대중적으로 어필할만한 곡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엑소는 앞으로 더욱 마니악하게 가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 엑소에게만 존재하는 절대 팬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소녀시대, 샤이니의 새 앨범을 통해 음악적으로 변화를 취하고 있는 SM은 엑소를 통해서도 뭔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려 했고, 그것은 2013년을 지나면서 현실이 됐다. 이제 새로운 시대의 10대들은 엑소의, 엑소에 의한, 엑소를 위한 군중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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