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그리브스’를 아는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우르크 태백부대 본진’을 아는가? 이러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시청률 40%에 육박했던 화제의 드라마 속 주요 배경 중 하나였던 그곳을 모르는 이는 드물 테니.
캠프그리브스 정문에서 바라본 전경. /서범세 기자·태양의후예문화산업전문회사·NEW
캠프그리브스 정문에서 바라본 전경. /서범세 기자·태양의후예문화산업전문회사·NEW
종영 뒤에도 연일 화제몰이 중인 드라마 . 그 여운이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상의 국가 우르크에 파병된 태백부대는 알지만 캠프그리브스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캠프그리브스가 각 회마다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충분한 힌트가 됐을 터.
장교숙소 건물에서 바라본 주차장 풍경. 매회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하던 우르크 태백부대의 본진이 바로 이 앵글에서 촬영됐다. /서범세 기자
장교숙소 건물에서 바라본 주차장 풍경. 매회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하던 우르크 태백부대의 본진이 바로 이 앵글에서 촬영됐다. /서범세 기자
매회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하던 우르크 태백부대의 본진이 바로 캠프그리브스다. 갑자기 캠프그리브스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가? 캠프그리브스 곳곳에는 유시진 대위의 흔적이 배어 있다. 물론 강모연 선생도. 그들의 흔적을 좇아 복습에 나섰다.앞서 소개한 것처럼 우르크 태백부대 본진은 캠프그리브스와 주차장이 배경이 됐다. 본진의 막사가 설치된 곳은 주차장 한가운데. 아쉽게도 막사는 촬영 직후 철거됐다. 하지만 주변 건물의 위치 등을 따져볼 때 막사가 설치됐을 법한 위치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유시진 대위가 드나들던 막사가 서 있었을 땅 위를 밟고 서니 드라마 속 장면 장면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우르크 태백부대 본진은 주차장?
알파팀과 미군의 연합작전 및 격투 장면이 촬영된 정비고. 정비고에 있던 낡은 드럼통은 드라마의 소품으로 쓰이기도 했다. /서범세 기자
알파팀과 미군의 연합작전 및 격투 장면이 촬영된 정비고. 정비고에 있던 낡은 드럼통은 드라마의 소품으로 쓰이기도 했다. /서범세 기자
드라마 2회에서 벌어지는 알파팀과 미군의 연합작전 및 격투 장면은 캠프그리브스의 정비고에서 촬영됐다. 막사가 서 있던 주차장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되는 곳이다. 드라마에서 보이던 것보다는 작은 규모다. 실내 곳곳에 쌓여 있던 상자들은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지만 낡은 드럼통이나 실내 풍경은 드라마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수화기 너머 어렴풋이 들리는 서대영 상사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도 윤명주 중위는 감격스러워한다. 캠프그리브스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가르는 철조망 너머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 /서범세 기자
수화기 너머 어렴풋이 들리는 서대영 상사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도 윤명주 중위는 감격스러워한다. 캠프그리브스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가르는 철조망 너머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 /서범세 기자
4회에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유시진 대위가 본진을 찾는 장면, 윤명주 중위와 티격태격하는 장면 모두 주차장에 설치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 5회에서는 수화기 너머 어렴풋이 들리는 서대영 상사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조차 감격스러워하는 윤명주 중위의 모습이 그려진다. 캠프그리브스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가르는 철조망이 배경이 됐다.8회에서는 태백부대 본진을 찾은 강모연과 유시진-강모연 커플의 대화 장면이 등장한다. 모두 주차장 세트에서 이뤄진 촬영이다. 까만 밤하늘에 쏟아질 것처럼 수많은 별들이 인상적이지만 아쉽게도 CG라고.
특전사령관 일행의 태백부대 본진 방문 장면은 캠프그리브스 DMZ 체험관 옆 장교숙소에서 촬영됐다. /서범세 기자
특전사령관 일행의 태백부대 본진 방문 장면은 캠프그리브스 DMZ 체험관 옆 장교숙소에서 촬영됐다. /서범세 기자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특전사령관 일행의 태백부대 본진 방문이 이뤄진 9회, 늠름한 군인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멀리서 다시 한 번 이들을 스케치한다. 캠프그리브스 DMZ체험관(유스호스텔) 바로 옆에 나란히 위치한 장교숙소다. 미군이 철수한 뒤 현재는 비어 있는 낡은 건물이지만 드라마에선 제법 근사하게 그려져 색다른 느낌이었다.설마 이런 장면까지 여기서 촬영했을까 싶은 뜻밖의 장소와 장면도 있다. 악당 아구스의 다이아몬드를 빼돌린 진 소장이 아랍인으로 변장하고 출국하려 했던 우르크 공항이 캠프그리브스 체육관인 것. 틀린 그림 찾기 하듯 영상과 실제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체육관 벽면에 남겨진 ‘커래히(Currahee)’ 부대 마크. 캠프그리브스에 마지막으로 주둔했던 506연대의 상징이다. 서범세 기자
체육관 벽면에 남겨진 ‘커래히(Currahee)’ 부대 마크. 캠프그리브스에 마지막으로 주둔했던 506연대의 상징이다. 서범세 기자
오는 7~8월께 리모델링을 앞둔 낡은 체육관 벽면에는 ‘커래히(Currahee)’라는 부대 마크가 아직도 선명하다. 캠프그리브스에 마지막으로 주둔했던 506연대의 상징이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의 주인공 라이언이 소속돼 있던 부대가 506연대라는 점이다. 또한 영화 의 이지중대 또한 506연대 소속이었다.
납치된 강모연을 구하기 위해 유시진 대위가 위병소 초병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뚫고 가려던 철문은 캠프그리브스의 정문이었다. 서범세 기자
납치된 강모연을 구하기 위해 유시진 대위가 위병소 초병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뚫고 가려던 철문은 캠프그리브스의 정문이었다. 서범세 기자
“개인의 죽음에 무감각한 국가라면 문제가 좀 생기면 어때. 당신 조국이 어딘진 모르겠지만 난 내 조국을 지키겠습니다.”납치된 강모연을 구하기 위해 본진 위병소 초병들의 제지를 뚫고 나가려는 유시진 대위의 모습은 11회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가 뚫고 가려던 철문은 캠프그리브스의 정문. 때마침 철문을 통과하는 자동차에 유시진 대위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민통선 유일 숙박형 체험시설캠프그리브스는 파주시 군내면 임진강변에 있는 옛 미군 주둔지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후 50년간 미2사단 506 보병대대가 주둔하다 2004년 철수했으며 기지는 2007년 4월 반환됐다. 11만8000㎡(약 3만6000평) 면적에 60여 동의 건물 중 장교숙소 한 동을 리모델링해 2013년 12월 ‘캠프그리브스 DMZ체험관(유스호스텔)’이 문을 열었다.
배우 송중기가 드라마 촬영 중간 휴식을 취했다는 캠프그리브스 DMZ체험관 인솔교사실에서 송중기의 흔적을 찾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서범세 기자
배우 송중기가 드라마 촬영 중간 휴식을 취했다는 캠프그리브스 DMZ체험관 인솔교사실에서 송중기의 흔적을 찾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서범세 기자
이곳은 미군부대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활용한 안보관광과 DMZ 생태체험 등 다채로운 경험은 물론, 민통선 안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숙박형 체험시설이기도 하다. 건물 1층은 사무실, 2층과 3층은 숙소, 4층은 강당과 식당으로 꾸며졌다. 총 24개의 10인실 숙소는 군대 내무반의 모습을 재현했고 식사도 군대처럼 식판에 나온다. 주의할 점은 민통선 내에 위치한 시설인 만큼 사전에 예약한 30명 이상 단체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험관의 프로그램 중 눈길을 끄는 것은 ‘DMZ 1129’이다. 민북관광지를 견학하며 워크북의 미션을 수행하고 분단의 아픔을 가진 DMZ의 역사와 지리 등을 익히는 방식이다. 1사단 군악대의 뮤직콘서트와 안보교육이 어우러지는 ‘나라사랑 콘서트’, DMZ에 관한 퀴즈를 풀어보는 ‘도전 DMZ 골든벨’, DMZ 자전거 투어 등 테마별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관련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주차장에 촬영 세트와 같은 미군식 천막 막사(드래시 셸터)를 재현하고파병부대 군복과 베레모 착용한 채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팔찌나 군번줄 등 송중기 관련 소품 만들기 체험도 있다.

한편 캠프그리브스 생태안보관광단지 조성사업은 2018년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경기도·파주시·경기관광공사는 국비 등 355억원 들여 캠프그리브스 시설 60여 동 가운데 34개 동을 활용, 역사공원(10만2000㎡)과 문화시설(1만6000㎡)을 조성한다. 특히 임진강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군 장교클럽을 리모델링 해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꾸밀 계획이다.

정리 조희태 인턴기자 hilee@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