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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 규범의 설계자이자 가장 급진적인 탈탄소화 선도자였던 유럽연합(EU)의 정책 기조가 근본적인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글로벌 기후 규범 마련을 주도해온 EU는 이제 정책의 최우선 화두로 ‘산업 경쟁력(competitiveness)’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초 공개된 2026년 유럽연합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압축해 보여주었다. 연설의 핵심을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경쟁력’이었으며, 그중에서도 높은 에너지 가격이 유럽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라는 냉정한 자기진단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아가 기후 중립이라는 이상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