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스크랩
-
댓글
-
공유
-
글자크기
-
프린트
Google 검색에서 한국경제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금융 측면에서는 지난해 ‘6·27 대책’이 분기점이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고 만기는 30년으로 묶였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면서 임대차보증금을 활용한 선취득 경로도 차단됐다.
세제 측면은 지난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이 중심에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기준이 보유에서 ‘거주’로 전환된다. 2029년부터 보유기간 공제는 폐지되고, 10년 이상 거주해야 최대 80%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공제액에는 10억원의 한도가 신설된다.
두 정책이 요구하는 조건은 실거주로 수렴한다. 취득 후 임대하다가 뒤늦게 입주하는 경로는 금융에서 한 차례, 세제에서 다시 한 차례 제약을 받는다. 그동안 ‘내 집 마련’과 ‘주택 투자’는 사실상 동일한 행위였지만, 정책의 방향은 이 둘을 분리하는 쪽으로 수립됐다. 그렇다고 자가 취득의 유인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 취득을 유예한 수요는 임차 시장으로 이전된다. 이번 개편은 반대편에서 임대 공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동시에 실거주를 요구하는 구조에서 비거주 보유자의 입주 유인이 커진다.
임차 수요는 증가하고 임대 공급은 감소하는 구간이 형성된다. 자가 거주는 스스로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는 상태다. 이 절약분이 귀속임대료다. 임대료 수준이 상승할수록 귀속임대료의 가치도 함께 상승한다. 시세차익이라는 근거가 축소된 자리를 임대료 회피라는 근거가 대체한다.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무주택 가구에서 결정적인 변수는 정책대출 이용 가능 여부다. 규제 대출과 정책 대출의 한도 격차가 확대될수록 취득 경로는 이쪽으로 수렴한다. 유예할수록 더 나은 주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전제도 성립하기 어렵다. 대출 한도가 지출 가능 범위를 확정하는 구조에서는 현재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사실상 상한이 되기 때문이다.
1주택 가구에서는 시점이 변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2027년부터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공제 한도는 2028년 20억원, 2029년 10억원으로 축소된다. 두 일정이 교차하는 지점이 2027년이다. 주거 상향을 계획한 가구에는 이 시점이 실질적인 처분 여건의 정점이 된다. 주택을 임대하고 타지에 거주하는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고려할 때 입주와 처분 사이의 선택이 요구된다.
정책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자가 보유의 유인은 자산 증식에서 주거 소비로 재편됐고, 그 전환은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완결된다. 무조건 ‘내 집 마련’이 부각되던 시대는 저물고 ‘합리적인 주거 소비’에 대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한경 프리미엄9의 모든 콘텐츠는 한국경제신문의 저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사전 허가 없는 무단 전재·복제·배포·캡처 공유·AI 학습 활용 및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위반 시 서비스 이용 제한 및 민형사상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