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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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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3월 2일, 미국 경제주간지 배런스에 짧은 칼럼이 하나 실렸다. 제목은 "Legislator, Go Home!" 의원님들 집에 가시라는 말이다. 에릭 싱어라는 월가 금융인이 쓴 이 글의 주장은 단순했다. 의회가 일하면 주가가 안 오르고, 의회가 쉬면 주가가 오른다. 그러니 집에 가시라.

싱어의 분석에 따르면 1965년부터 2008년까지 S&P500의 연율 수익률은 의회 개회일에 0.3%, 휴회일에 16% 이상이었다. 비슷한 연구는 이후에도 많았다. 1997년 램·마·페이스·케네디의 논문은 1897년 이후 다우지수 상승분의 거의 전부가 의회가 문을 닫은 기간에 발생했다며 이를 ‘의회 효과’라고 불렀다. 그리고 2006년 퍼거슨과 위테의 논문 역시 다우지수 자본 차익의 90% 이상이 휴회일에 나왔다고 했다. 미국 의회는 1년 영업일의 약 3분의 2를 일하는데, 그 3분의 2에서는 수익이 미미하고 나머지 3분의 1에서 대부분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ChatGPT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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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떨까? 국회 일정 원 자료를 받아 기자회견·국회행사·의장단 일정을 모두 걷어내고 실제 회의(본회의·상임위·전원위)가 열린 날만 추렸다. 개회일 비율은 영업일 대비 60%대 후반으로 미국과 비슷했다. 2001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코스피 영업일과 하루하루 맞춰 봤다. 국회 개회일(4,340일)의 하루 평균 수익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10.4%, 국회 휴회일(1,956일)은 19.9%다. 거의 두 배다. 방향도 미국과 같다.

<그림> 한국과 미국의 의회 개회일과 휴회일 주가 수익률 (연율, %)
"국회 문 닫고 의원님들 집에 가시라"…주식 시장 뒤흔든 까닭
이 현상을 옹호하는 쪽의 논리는 이렇다. 먼저 규제 불확실성이다. 의회가 열려 있으면 법안이 나온다. 세율이 바뀔 수 있고, 업종 규제가 들어올 수 있다. 실제로 통과되는 법은 극소수지만, 시장은 "통과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겁을 먹는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비용이다. 그리고 입법 과정에 많은 갈등이 생기니,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의회가 열릴 때 주식 하지 마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살짝 시야를 바꿔 ‘본회의가 열린 날’만 보면 어떨까?

의회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규제에 대한 공포가 주식시장을 정말 흔들었다면, 본회의가 열리는 날 가장 부정적인 효과가 집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날(1,112일) 일 평균 수익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13.3%다. 그 외의 날(5,184일)은 13.4%로, 차이가 미미하다.

결국, “국회가 열릴 때 주식시장이 부진하다”는 주장은 우연의 산물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국회가 쉰 날을 조사해 보면, 1월, 5월, 8월 초, 명절 연휴 앞뒤에 집중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개회일은 9~12월(정기국회·국정감사·예산심사)에 집중돼 있다.

긴 연휴를 앞두고 주식시장은 종종 약세를 보인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을 때 ‘해외 시장에서 악재가 터질 위험’을 경계해 미리 주식을 매도하려는 움직임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 같은 주식 운용역들은 종종 연휴 전날 주식을 매수한 다음, 연휴 이후에 차익을 실현하는 전략을 종종 구상하기도 한다.

이상의 분석 내용은 우리에게 한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누군가 신박한 ‘전략’을 개발해 세상의 비밀을 알았노라고 주장할 때, 약간의 시간을 두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극히 일부의 사례를 가지고 확대 해석했을 수도 있고, 또 그의 예측이 발표된 순간부터 귀신 같이 빗나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성배를 찾기 위한 노력은 끝없이 반복되지만, 결과는 영 신통찮았음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한국경제]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한국경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