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4일 15:3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정부 PF 대책에 “누가 경·공매 물량 받아주나” 불안감 확대
금융당국이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금융업계에선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가이드라인으로 정상 사업장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꺼번에 쏟아질 경·공매 물량을 받아줄 수 있는 금융기관이 없다는 불안감도 확대되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국내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출해주는 금융회사들은 내부적으로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방안 분석에 돌입했다. 금융당국의 지침대로 PF 사업장의 사업성 평가 방법이 바뀌면 금융회사의 충당금 설정 금액이 변경된다. 올해 실적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전날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현행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고 만기 연장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PF 정리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은 금융당국에 재구조화, 경·공매 등의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PF 대출에 나섰던 캐피탈사, 저축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들은 정부가 세세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 정상적인 사업장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단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평가해야 할 PF 평가 기준을 지나치게 ‘핀포인트’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단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분양 개시 이후 18개월 경과했으나 분양률이 50%를 밑도는 사업장을 ‘부실 우려’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인허가 완료 후 1년간 본 PF로 전환하지 못한 브릿지론 사업장도 ‘유의’로 평가하도록 했다. 분양률 30%에도 회수 가능한 사업장이 있을 정도로 금융기관마다 자금 회수 분양률이 다르게 설정돼 있지만 ‘무 자르듯’ 단정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비판이다.

또 일시에 많은 사업장이 경·공매로 넘어가게 되면 이를 받아줄 수 있는 금융기관이 없어 ‘뉴 머니(신규 자금)’를 끌어올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은행, 보험 등을 통해 최대 5조원 규모 공동 대출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최대 23조원에 달하는 PF 부실 물량을 받아내기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한꺼번에 경·공매로 쏟아지게 될 수 있는데 감당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사업장은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의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이 신규 자금 유입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당장 기존 사업장을 모두 재평가해야 하는 등 평가 기준을 바꿔야 하는데, 승인 내자마자 부실화 할 수 있단 우려에 신규 대출을 꺼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PF 업계 관계자는 “인허가만 받으면 괜찮아질 사업장도 있고 분양률이 낮아도 엑시트 할 수 있는 사업장이 있는데 당국이 지나치게 하나하나 관여하고 있다”며 “당분간 새로운 규제 여파를 보느라 신규 대출은 꿈도 못 꿀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