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3일 14:37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 /사진=한경DB
YG엔터테인먼트 /사진=한경DB
"어떻게 세종대왕을 왜곡하나요."

2021년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된 뒤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비판의 골자는 한국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논리가 드라마 곳곳에 심겼다는 것이다. 1화 방송에 조선시대 충녕대군(세종)이 서양 사제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 등을 대접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결국 방영 2회 만에 전격 폐지됐다. 이 드라마는 YG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플렉스가 주축이 돼서 만들었다. YG는 골칫거리로 전락한 이 회사를 최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YG엔터는 스튜디오플렉스 지분 60%를 연내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을 마무리하면 지분은 99.9%에서 39.9%로 감소하고,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YG엔터는 2017년 스튜디오플렉스를 세웠다. 음반 사업에 편중된 매출을 다각화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드라마 ‘선덕여왕’ ‘최고의 사랑’을 만든 박홍균 PD도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출범 직후 잡음이 끊임없이 발생했다.

2021년 이 회사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철인왕후'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조선 철종과 왕비 철인왕후 사이의 일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극 중에서 철인왕후가 "조선왕조실록도 한낱 지라시네"라는 대사 등이 나오면서 논란을 키웠다.

같은 해 스튜디오플렉스는 철인왕후의 박계옥 작가가 각본을 쓴 드라마 '조선구마사'도 제작했다.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에 분노한 시청자들의 방송 중단 청원 글이 10만명 넘는 동의를 얻기도 했다. 결국 2회 만에 방영 폐지를 결정했다.

두 드라마가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역사 왜곡을 연출에 가미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확산됐다. 중국 텐센트가 스튜디오플렉스의 모회사 YG엔터에 투자해 지분 4.30%를 보유 중인 사실도 재차 주목받기도 했다. 320억원가량이 들어간 이 드라마가 종영되면서 제작사, 방송사는 물론 출연 배우 등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스튜디오플렉스가 이어 공동 제작한 드라마 설강화도 논란을 키웠다. 당시 YG엔터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지수가 출연한 이 드라마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한 것처럼 묘사해 비판을 받았다.

제작한 드라마마다 문제가 생기면서 스튜디오플렉스의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2021년 매출과 순손실로 각각 166억원, 21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2022년 매출과 순손실이 각각 2억원, 3억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순손실이 각각 8억원, 163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800%에 달했다. YG엔터는 결국 논란만 키운 드라마 사업을 이번에 접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