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02일 17:25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PF 부실 폭탄에…전방위로 흔들리는 증권사 신용도
증권사들의 신용도가 흔들리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뿐 아니라 대형 증권사들도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폭탄으로 증권사 신용도 하향 압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기업평가가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강등한 바 있다.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이 ‘A-’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471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며 “주력 사업인 부동산금융이 위축되면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신용도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A급 중소형 증권사도 강등 공포에 떨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는 SK증권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A(부정적)’로 매기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A-(부정적)’ 신용도가 책정됐다.

대형 증권사도 신용도 강등 우려에 떨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내렸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분류되는 데다 금융지주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우수한 증권사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충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권사들을 바라보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잣대도 깐깐하다. S&P는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두 회사의 신용등급인 ‘BBB’와 ‘A-2’이 한 단계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신용도 줄강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아서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금융업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국내 26개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추정 손실액은 4조6000~7조6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증권사들이 PF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관측이다.

해외 대체투자 리스크도 증권사 신용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오피스 빌딩 가격이 연일 급락하면서 특히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증권사의 경우 실적 부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위축된 부동산 PF 환경과 추가 충당금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증권사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며 “부동산금융에 의존된 사업구조를 보유한 증권사는 재무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