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17일 09:2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채원 이지스자산운용 개발사업관리실 전무
채원 이지스자산운용 개발사업관리실 전무
IMF 외환위기는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바꾼 이벤트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IMF 이전까지 우리나라 주택 시장에만 있을 법한 전세가 업무시설(오피스)에도 만연했다. 당시 오피스 대부분은 기업이 직접 소유한 사옥이었다. 일부 남는 공간을 임대하는 일도 수익 창출의 관점보다 기업 총무 부서의 기타 업무로 여겨진 시기다.

과거에는 이자율이 높아 대규모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차입해 투자하는 레버리지 효과(Leverage Effect)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프라임급 빌딩의 경우 자금이 풍부한 은행 등 임차인이 전세계약 형태로 관리비 정도만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대차계약서도 매우 간단한 내용이었다.

IMF 이후 해외 자본이 대거 들어오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 많은 기업은 하루하루 치솟는 금리와 환율에 대응해야 했다. 생존을 위해 사옥을 비롯한 알짜 부동산을 급하게 팔아야 했다.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도 부채 상환을 위해 보유하던 주택을 대량으로 처분했다. 부동산 가격이 대한민국 역사에 유례없이 급락한 시기다.

이 기회를 잡은 것은 외국계 투자자였다. 그들은 경험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을 보유한 대한민국 경제가 단기간에 리바운드할 것을 믿었다. 그들은 하락한 대한민국 상업용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 임대수익 극대화를 위해 전세형이던 임대구조를 월세형으로 바꿨다. 아울러 소유주가 아닌 사용자 중심의 임대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임차인의 사용가치와 만족도를 높였다. 자연스럽게 임대료와 자산 가치가 상승했다.

더욱이 해외로부터 낮은 이자율로 차입금을 조달하는 등 최적의 자본구조를 선택하고, 자산유동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세 부담을 줄이며 수익을 극대화했다.

결국 외국계 투자자가 막대한 이익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외국 자본과 경쟁하기 위한 간접투자시장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배경이다. 결국, IMF가 국내 상업용 부동산에 간접투자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전기였다.

2001년에 부동산투자회사법과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시행됐다. 은행, 보험, 연기금 및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운용사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자와의 국경 없는 경쟁을 시작했다. 자산유동화 증권(ABS), 구조조정 리츠(CR REITs), 위탁관리리츠 및 부동산펀드로 투자 형태가 확대됐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투자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됐다.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시기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운 과제가 있다. 바로 집중 위험(Concentration Risk)에 대한 대비다.

한때 대형 오피스의 경우 정부, 공공기관, 대기업 등 특정 임차인이 건물 전체를 장기간 임차하는 싱글테넌트(Single-Tenant) 형태가 인기를 끌었다. 관리의 편의성이 높고, 동시에 임대차 안정성을 확보한 우량자산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임차인의 급작스러운 파산과 임대차 만기 후 이전 등의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신용도가 높은 여러 임차인 구성으로 업종과 만기를 다양하게 분산시키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적절한 방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투자 대상의 섹터(Sector)와 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산시장은 오피스, 리테일, 호텔, 물류창고 등 섹터별로 서로 상이한 성장 사이클을 가졌다. 상승과 하락 주기가 상이하고 코로나 같은 매우 예외적인 이벤트가 특정 섹터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존재했다.

이러한 집중 위험에 대응하려면 자산의 섹터, 투자 기간, 시기, 지역 등이 집중되지 않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예로 들면 신규 투자 또는 매각 결정 시에 집중화 관련 상세 수치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한다. 투자 자산을 매우 세분화하고 분절화해 집중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글로벌 선진 투자사의 오랜 투자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