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여자축구에 큰 대회가 많이 열렸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어요.
대표팀이 강해지려면 WK리그가 더 강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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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 한국여자축구연맹 시상식에서 미드필더상과 도움상(6개)을 거머쥔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지소연(32·수원FC)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2개의 트로피 중 먼저 시상된 미드필더상을 받았을 때부터 올해 대표팀이 치른 여러 대회 결과에 아쉬움을 표현하며 "대표팀이 강해지려면 WK리그가 강해져야 한다"고 여자축구계 전체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국 여자 축구선수 중 가장 많은 A매치 154경기에 출전해 69골을 넣으며 숱한 대회를 치른 그에게 2023년은 유독 아쉬움이 짙게 남은 한 해였다.
역대 최고 성적인 16강 이상을 노린 여름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고, 명예회복을 벼른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북한에 덜미를 잡히며 8강에서 탈락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만난 지소연은 "올해 여자축구에 정말 중요한 한 해라고 생각했기에 마음이 더 좋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효과 등으로 받은 관심을 결과로 잇지 못했다"며 "굵직한 대회들을 그렇게 보낸 게 마음이 아프다"고 곱씹었다.
그는 "최근 잉글랜드 여자 리그 첼시-아스널 경기를 보니 우리와 세계 수준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면서 "선수들 개인이 노력하고 기량을 더 끌어올려야 세계 무대와 가까워진다.
대표팀뿐만 아니라 여자축구 선수 모두가 책임감을 느꼈으면 해서 소감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팀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함께하는 후배들이 더 성장하는 것을 보고 은퇴하고 싶다"면서 "내년에 대표팀에 큰 대회는 없지만, 선수들 각자의 동기부여를 찾자고 콜린 벨 감독님과의 미팅에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에서 후배들과 융화하며 도움을 주겠다는 동기부여 외에 지소연은 WK리그에서 인천 현대제철의 '독주 체제'를 막는 것을 숙제로 꼽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면서 "내년엔 더 많은 팀이 현대제철을 견제하고, 왕좌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힘을 합쳐서 싸우자"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현대제철은 2023시즌까지 WK리그에서 '통합 11연패'를 달성한 절대 1강이다.
지소연이 뛰는 수원FC는 올해 정규리그 3위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진출한 챔피언결정전에서 첫판을 3-1로 잡으며 '현대제철 천하'를 끝낼 뻔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2-6으로 완패하며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지소연은 "투자하고 돈 많은 팀이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WK리그에 와 보니 '당연히 현대제철이 우승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더라"면서 "11년 동안 한 팀이 우승하는 건 사실 좀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선수들이 더 경쟁력을 갖추고 현대제철과 할 땐 더 적극적으로 하면서 기량을 발전시켜나갔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