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지키냐 못 지키냐 싸움 벌써 시작…3위보단 위로 가고파"
광주FC 새 역사 이끌고도 웃지 않는 이정효…"이제부터 위기"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나요? 저는 이제부터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가 새 역사를 쓰도록 인도한 이정효 감독은 기쁨 속에서도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위기감이 엄습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광주는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38라운드 홈 경기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득점 없이 비겼다.

올 시즌 최종 성적이 16승 11무 11패가 된 광주(승점 59)는 4위 전북 현대(승점 57)를 따돌리고 3위를 확정했다.

이로써 광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확정했다.

PO에서 패하면 챔피언스리그2(ACL2) 티켓을 받는다.

구단 사상 최초로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 나서게 된 광주는 통산 1부리그 역대 최고 순위·승수도 동시에 달성했다.

전 시즌까지 광주가 1부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탓에 조기 종료된 2020시즌 6위(6승)였고, 한 시즌 최다승은 2016시즌(8위) 기록한 11승이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호재의 퇴장에 따른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3위로 시즌을 마감하고 아시아 무대로 가는 건 홈팬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식일 것"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이 감독은 올 시즌 성과를 냈다고 밝은 미래가 다가오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이제 위기다.

내년이 되면 다들 우리를 철저하게 대비할 것이고, ACL 진출이라는 성과도 냈는데 우리 팀의 어린 선수들을 데려가려고 문의가 많이 올 것"이라며 "(선수들을) 지키냐 못 지키냐 싸움이 벌써 시작됐다"고 말했다.

광주FC 새 역사 이끌고도 웃지 않는 이정효…"이제부터 위기"
이어 "기회이면서도 정말로 힘든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내년 목표를 정할 수 없다"면서도 "3위보다는 더 잘하고 싶고, 떨어지는 것보다는 위로 가고 싶다.

유지하는 것도 싫다"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특히 선수단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할 적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광주가 창단 13년인데, 선수들이 마음대로 훈련할 훈련장이 없다.

이제 훈련장을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한다"며 "다른 무엇보다도 환경에 변화를 주문했다는 게 좋다.

나한테도, 선수들한테도, 구단에도 뜻깊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에게 (올 시즌을) 시작할 때도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기보다는 '해줄 수밖에 없게 만들자'고 이야기했다"며 "이 정도면 해줘야 한다.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해주지 않으면 광주 시민분들, 팬분들께서 뭐라고 하셨으면 좋겠다.

운동장과 훈련장을 짓는지 안 짓는지 잘 감시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광주의 발전과 함께 이 감독의 지도력이 점차 인정받으면서 우리나라 축구계에서 위상도 크게 올랐다.

이 감독은 "나도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 여러 소문이 있었다.

다 소문"이라며 "내게 정식으로 (감독직을) 제의한 곳은 하나도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단과 재계약 문제는 아직 이야기해본 적 없다.

나도 한 번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계약상으로는 이 감독은 광주와 2024년까지 동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