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이 감독의 구상은 50% 이상 완성됐다.
양석환은 지난달 30일 두산과 4+2년 최대 78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잔류 계약을 했다.
누구보다 이승엽 감독이 양석환 잔류를 반겼다.
양석환은 "계약 후 감독님께 전화 드렸다.
감독님의 목소리가 참 좋았다"고 웃었다.
2021년 LG 트윈스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양석환은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타율 0.267, 69홈런, 236타점을 올렸다.
이 기간 홈런 부문 3위였다.
최정(90홈런·SSG 랜더스), 호세 피렐라(73홈런·삼성 라이온즈) 만이 양석환보다 많은 홈런을 쳤다.
양석환이 잔류하면서, 두산은 타 구단에 밀리지 않는 중심 타선 구축에 성공했다.

김재환은 지난달 25일 미국으로 떠났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현재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강정호와 함께 훈련하기 위해서다.
김재환은 이승엽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11월 1∼23일 벌인 마무리 캠프에도 합류했다.
주전 선수가 마무리 캠프를 완주하는 건, 이례적이다.
김재환은 2018년 44홈런, 133타점을 올리며 두 개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홈런이 2019년 15개, 2020년 30개, 2021년 27개, 2022년 23개로 줄더니 올해에는 단 10개에 그쳤다.
타율도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가장 낮은 0.220이었다.
8년 동안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고도, 한국프로야구 최다 홈런 1위 기록(467개)을 보유한 '국민타자' 출신 이승엽 감독은 올해 마무리 캠프에서 '김재환의 전담 강사'로 나섰다.
이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 전체 기간보다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김재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김재환이 걱정을 털어놓고, 함께 문제를 진단하는 등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베테랑이 마무리 캠프를 완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김재환에게 정말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히 성과가 있었다.
김재환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아마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훈련량이 전부는 아니지만, 몸이 좋은 자세를 기억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동안 김재환을 괴롭혔던 안 좋았던 기억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정호 효과를 누린 사례도 있다.
손아섭(NC 다이노스)은 지난해 타율 0.277에 그쳤고, 강정호와 비시즌을 함께 훈련했다.
올해 손아섭은 타율 0.339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마무리 캠프에서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과 일대일 훈련을 한 김재환은 소속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훈련할 수 없는 비활동 기간에는 '전직 빅리거' 강정호의 도움을 받는다.
올해 두산은 팀 홈런 100개로 이 부문 공동 3위, 장타율 0.373으로 5위를 했다.
양석환(21홈런, 장타율 0.454), 양의지(17홈런, 장타율 0.474)는 제 몫을 했지만, 김재환(10홈런, 장타율 0.331)의 성적은 초라했다.
이승엽 감독은 물론이고, 양석환과 양의지도 김재환의 부활을 자신한다.
양석환은 "내년에는 재환이 형과 더 힘을 내, 올해 5위에 그친 팀 순위를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김재환의 부진은 올해로 끝"이라며 "감독님이 직접 나섰고, 내 친구 정호도 김재환을 돕는다.
재환이의 부활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감독과 동료들의 바람대로 김재환이 살아나면, 두산 타선은 KBO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설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