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 롯데 단장 "김용희 감독이 '코치의 선생님' 돼주길 기대"
김용희·주형광 돌아오는 롯데…'구단 유산' 지키기 위한 첫걸음
2023시즌을 끝으로 감독과 단장을 모두 교체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구단이다.

그런데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과는 달리, 롯데는 올가을 구단의 전설적인 인물들을 하나둘 불러 모은다.

김용희 신임 퓨처스(2군)리그 감독은 프로 원년인 1982년부터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프랜차이즈 스타다.

1994년 롯데 1군 감독 지휘봉을 잡아 1998년까지 팀을 이끌었으니, 처음 롯데 감독에 부임했던 것도 벌써 30년 가까이 된 일이다.

여기에 김태형 신임 감독의 '제갈공명'이 되어줘야 할 1군 투수코치로는 2019년을 끝으로 구단을 떠났던 '레전드 투수' 주형광 코치가 돌아온다.

1군 타격 코치를 맡을 김주찬 코치는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시절 팀 공격을 이끌었던 공격 첨병 출신이며, 1군 외야·주루 코치로 올 유재신은 이번에 처음 롯데 유니폼을 입지만 아버지가 1984년 롯데 우승 당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던 고(故) 유두열이다.

김용희·주형광 돌아오는 롯데…'구단 유산' 지키기 위한 첫걸음
이와 같은 롯데의 '전통 지키기' 행보 뒤에는 이강훈 대표이사와 박준혁 신임 단장이 있다.

이들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건 '롯데 헤리티지(유산)' 확립이다.

구단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립하는 것에서부터 롯데의 새 출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박 단장은 김용희 감독을 2006년 이후 17년 만에 다시 롯데로 불러온 것에 대해 "코치들의 선생님이 돼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좋은 선수를 선발하고 키워 1군에 보내는 게 프런트의 목적이다.

좋은 선수를 키우는 건 코치가 담당해야 하는데, 2군 코치는 경험이 많지 않은 게 보통이다.

그래서 가장 코치 경험이 많은 감독님을 모시고 오면서 코치 기법을 배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롯데가 뒤따라가고자 하는 성공 모델은 먼저 LG 트윈스가 보여준 바 있다.

2019년 LG 단장으로 부임했던 차명석 단장은 선수 영입만큼이나 2군 코치진에 공을 들였다.

때로는 가혹하게 느껴질 만큼 2군 코치에게 다재다능함을 요구했고, 이들은 선수 육성 전문가로 거듭나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다.

혹자는 롯데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롯무원의 부활'이 아니냐고 말한다.

김용희·주형광 돌아오는 롯데…'구단 유산' 지키기 위한 첫걸음
'롯무원'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롯데 출신 지도자가 '롯데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는 걸 냉소적으로 꼬집은 단어다.

박 단장은 "롯무원은 성과를 내지 못했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앞서서 실제로 무언가 일할 수 있는 무대를 구단이 만들어줬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부분을 개선할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제는 상명하복하던 선수와 코치의 시대는 지났다.

실력이 없는 지도자는 선수들이 먼저 외면하고, 선수들이 등 돌린 지도자는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구단의 영광스러운 역사나 다름없는 인물이 지도자로서 능력을 보여준다면 '선한 영향력'은 배가할 수밖에 없다.

롯데가 오랜만에 팀에 돌아오는 '올드 보이'들에게 기대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다.

박 단장은 "김용희 감독님께는 '코치들이 힘들어야 하고 코치들이 배워야 한다.

코치들에게 엄한 감독님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