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성공적…일본에 맞설 체계적 대비책 마련 절실
한국 야구 부활의 지름길…'선 실력배양 후 국외 평가전'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부활의 신호탄을 쏜 한국 야구가 다시 세계의 주류 대열에 합류하려면 먼저 실력을 키우고 나서 국외팀과 자주 맞붙어야 한다.

성인 A대표팀으로 불리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하고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그러나 주축 선수의 나이를 만 25세로 제한한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대회 4연패를 달성해 한국 야구는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만 24세 선수들이 출전한 아시아 4개국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 대표팀이 일본과 두 차례 1점 차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해 세대교체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한국 야구 부활의 지름길…'선 실력배양 후 국외 평가전'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선발 투수 자원인 문동주(한화 이글스), 곽빈(두산 베어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호주, 일본, 대만을 상대로 희망을 던졌다.

노시환(한화)과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APBC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우타자 기근 현상에 시달리던 한국 야구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투수 리드, 도루 저지 등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낸 '국제용 포수' 김형준(NC 다이노스)의 등장은 더없이 반갑다.

대표 선수들은 19일 결승에서 일본에 3-4로 아깝게 재역전패해 준우승에 머문 뒤 하나같이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패배의 값진 경험을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비슷한 또래의 일본 투수들이 선보인 정교한 제구와 변화구는 우리 투수와 타자들에게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줬다.

한국 야구 부활의 지름길…'선 실력배양 후 국외 평가전'
해마다 2월 1일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곧바로 던지고, 칠 수 있도록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 미팅에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스프링캠프 방문 경험을 토대로 일찍부터 실전을 치를 수 있게 준비하는 일본 선수들처럼 우리 선수들도 스토브리그를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스프링캠프 시작과 함께 곧바로 실전에 들어가 겨울을 알차게 준비한 선수와 그러하지 못한 선수를 확실하게 구분해 대우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방식과 달리 우리나라 10개 구단은 기후 등의 여건을 이유로 '슬로 스타트'를 조장 또는 방관해 온 게 사실이다.

한국 야구 부활의 지름길…'선 실력배양 후 국외 평가전'
자국 리그 우승이라는 큰 목표도 중요하지만, 세계와 맞서 싸울 대표 선수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선수 개개인의 인식 변화는 물론 프로팀의 스프링캠프 훈련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다.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 대회에서 야구대표팀을 운영하는 KBO 사무국은 지난 7월 한국 야구의 레벨을 끌어올리고자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부활하고, 국외팀과의 평가전과 교류전 정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확정된 일정은 없다.

내년 3월 서울에서 2024시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를 치르고자 방한하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4차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며, 프로팀이 나설지 대표팀이 맞붙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BO 사무국은 2024년 11월에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팀과 대회에 앞서 기량을 서로 검증하는 평가전도 구상 중이다.

정규 시즌 중에는 각국의 일정이 달라 국가대항전 성격의 평가전을 치르긴 어려워 KBO 사무국은 앞으로 정규 시즌 전후로 평가전을 추진해 대표 선수들의 국제 대회 경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