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패럴림픽도 가야죠"

장애인 탁구 신승원(스포츠등급 Class 9·부산장애인체육회)은 선수들의 '아이돌'이다.
신승원을 익히 아는 선수는 존경심을 담아 '파파'(papa·아빠)라는 애정 어린 별명으로 부른다.
신승원을 모르는 선수는 자기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다.
코치나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새 선수로서 코트에서 라켓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원은 지체장애가 있지만 휠체어는 타지 않는 스탠딩 종목(입식 탁구·Class 6∼10)에 출전한다.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 특성상 10∼20대 선수가 즐비하고, 30대부터는 이미 '노장' 취급을 받는다.
나이 50을 훌쩍 넘긴 신승원이 '엄지척'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기 뒤 신승원은 "매 세트 7점까지 따라갔는데, 막판에 욕심을 내버렸다"며 '아쉽다'는 말만 되뇌었다.
신승원은 "세계 톱 랭커인 이와부치와는 이날까지 세 번 맞붙어 모두 다 졌다"며 "2018 인도네시아 대회 때도 8강에서 이와부치를 만나 탈락했는데 대진운이 아쉽다"고 탄식했다.
그는 19세 때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발목에 장애가 생겼다.
신승원은 "나는 오른쪽으로 빠르게 오거나 멀리 오는 공을 쫓아가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와부치가 내 약점을 분석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신승원과 이와부치의 나이 차는 25살이다.
띠동갑을 두 번 돌고도 남았다.
이와부치처럼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신승원은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00일 동안 무려 8㎏를 감량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신승원은 "장애인·비장애인을 불문하고 50대에 접어들면 보통 뛰어다니지를 못한다.
아예 출전 자체를 못 한다"며 "다들 내게 '아직도 선수를 하냐, 감독이나 코치로 대회에 나온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신승원은 "저 친구는 이번 대회 때 처음 봤는데, '멋있다.
여전히 선수로 뛴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먼저 찾아와 인사했다.
선수촌에서 오고 가는 버스에서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신승원은 "이란 선수도 나에게 번역기를 통해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다.
하트까지 붙어 있더라. 그러면서 꼭 이기라고 응원해줬다"고 자랑한 뒤 "또 어떤 선수는 내게 35세로 보인다고 해, 실제 나이를 말하자 자신의 아버지와 나이가 똑같다며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엄지척'도 많이 받는다"며 호탕하게 웃는 와중에도 또 다른 홍콩 선수가 그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국적 불문, 탁구 선수들의 아이돌이 된 신승원은 자신과 비슷한 노장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했다.
신승원은 "나와 또래인 선수들도 좌절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년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서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승원은 오는 26일 김군해(스포츠등급 Class 9·충북장애인체육회)와 짝을 이룬 혼합 복식에서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