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서 뛰었던 켈리, 첫 MLB 가을 야구서 역투 행진
NLCS 6차전서 탈락 부담·상대 팀 응원 열기에도 KKK쇼
인천에서 단련된 켈리, MLB 포스트시즌 응원 소리쯤이야
"한국의 야구장은 이곳보다 약간 작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더해요.

확실히 많은 경험을 쌓고 왔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오른손 투수 메릴 켈리(35)는 지난 8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답했다.

당시 애리조나는 빅클럽인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을 앞뒀고, 미국 매체들은 선발 투수로 나서는 켈리에게 '포스트시즌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이겨낼 수 있겠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직 MLB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켈리의 경험에 관한 물음이었다.

켈리는 문제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는 "한국은 포스트시즌마다 3만 명 정도의 관중이 경기장을 채우고, 관중 절반은 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각기 다른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한다"라고 했다.

인천에서 단련된 켈리, MLB 포스트시즌 응원 소리쯤이야
켈리는 관중들의 시끄러운 응원 문화에 완벽하게 단련돼 있었다.

그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KBO리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었고, 4년 동안 한국 야구팬들의 엄청난 응원 열기 속에 자기 공을 던지며 맹활약했다.

2018년엔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 켈리는 '인천 아재'들의 고막을 흔드는 듯한 응원 함성을 등에 업고 두산 베어스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2019년 미국으로 '역수출'된 켈리는 애리조나에서도 승승장구했다.

MLB에 처음 입성한 2019시즌 13승 14패 평균자책점 4.42를 찍으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고, 이후 매 시즌 선발 투수로 애리조나 마운드를 이끌었다.

지난해엔 13승 8패 평균자책점 3.37, 올해엔 12승 8패 평균자책점 3.29를 찍으며 에이스 구실을 했다.

인천에서 단련된 켈리, MLB 포스트시즌 응원 소리쯤이야
켈리는 애리조나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MLB 가을 무대도 밟았다.

지난 8일 다저스와 NLDS 1차전에선 선발 투수로 6⅓이닝을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11-2 팀 승리를 이끌었다.

켈리는 다저스 선발로 나선 베테랑 클레이턴 커쇼에 경험에서 크게 뒤졌지만, 압승을 거두며 찬사를 받았다.

1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에선 다소 아쉬웠다.

5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다가 6회에 무너지면서 5⅔이닝 3피안타 3볼넷 6탈삼진 4실점의 성적을 내고 패전 투수가 됐다.

켈리가 무너진 애리조나는 벼랑 끝에 몰렸다.

5차전을 내준 애리조나는 상대 전적 2승 3패로 6차전을 맞았다.

경기에서 패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켈리가 다시 등판했다.

켈리는 24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원정 경기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4만5천473명의 일방적인 응원 함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졌다.

1회 볼넷 2개를 내주며 1사 1, 2루 위기를 맞는 등 다소 흔들렸지만, 4번 타자 알렉 봄과 5번 타자 브라이슨 스토트를 루킹 삼진과 내야 뜬공으로 잡으며 틀어막았다.

3-0으로 앞선 2회엔 안타 2개를 맞아 1점을 주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3회 2사 2루에서 J.T. 리얼무토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자신감을 회복했고, 4회와 5회엔 연속 삼자범퇴로 막으며 필라델피아의 추격 의지를 뿌리쳤다.

켈리는 5이닝을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애리조나는 이날 5-1로 승리하며 승부를 7차전으로 몰고갔다.

인천에서 단련된 켈리, MLB 포스트시즌 응원 소리쯤이야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켈리는 "솔직히 아무도 우리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꺾을 것이라고, NLDS에서 다저스를 누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또한 우리가 NLCS를 7차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도 없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바로 이곳까지 왔고, 내일 7차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애리조나가 7차전에서 승리하면 켈리는 꿈의 무대인 월드시리즈를 밟는다.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건 김병현이 활약했던 2001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