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2일 16:11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송원산업 예비입찰에 칼라일·MBK·IMM 등 참여…바스프發 '덤핑' 변수로
국내 화학소재사인 송원산업 매각 예비입찰에 복수의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와 해외 후보들이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거래 초반 관심을 보였던 LG화학 등 대기업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흥행엔 적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1위 기업인 바스프(Basf)의 공격적인 '덤핑'과 이로 인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완주 가능성도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한 송원산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복수의 국내외 기업과 PEF 운용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과 국내 대형 PEF인 MBK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등이 긍정적으로 참여를 검토 중이다. 앞서 LG화학, 한화솔루션, 휴켐스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송원산업은 연초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회사의 경영권 매각을 시작했다. △송원물산 23.88% △경신실업 9.15% △박종호 회장 1.63% △이 밖에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 0.99% 등 총 지분 36%가 매각대상이다. 송원산업을 지배하는 송원물산은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이날 종가 기준 송원산업의 시가총액은 4142억원 수준이다. 매각 측은 지분 가치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3000억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원산업은 1965년 설립된 석유화학 기업으로, 1977년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석유화학 제품 중 산화방지제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산화방지제는 플라스틱이 열, 냉기, 빛 같은 외부 환경에 노출돼 형태나 색이 변형되는 산화를 막아주는 첨가제로 플라스틱 안정제로 불린다. 송원산업은 세계 산화방지제 시장에서 1위인 독일 바스프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본과 미국의 경쟁업체가 파산하자 인력들을 대거 흡수해 점유율을 크게 키웠다.

송원산업은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3295억원, 영업이익은 185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해 매출(9981억원)과 영업이익(1057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관리(SCM)에 차질이 생기며 공급부족이 이어지며 가격이 크게 올라 수혜를 봤다. 다만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2% 감소한 5363억원, 영업이익도 64% 감소한 404억원으로 줄었다. 치솟던 가격이 정상화되고 가장 큰 플라스틱 수요처인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서 실적이 크게 꺾였다.

인수 후보들은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규제 강화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감소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썩는 플라스틱 등 이를 대체할 소재에도 산화방지제가 쓰이는 만큼 충분히 상쇄할 것이란 긍정적 시각도 있다.

글로벌 1위 회사인 바스프의 동향도 후보들의 고민거리다. 바스프는 유럽 내 전기요금 등 원자재가격 상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스 공급에 차질을 겪으며 연초부터 고강도 사업 재편에 돌입했다. 업계에선 바스프 내 사업군 중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산화방지제 시장에서도 설비가동을 크게 줄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2위 회사인 송원산업의 수혜를 예상하는 예상도 나왔지만 바스프 주도로 기존 재고를 저가에 덜어내는 '덤핑'이 장기간 벌어질 것이란 관측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업체들이 저가 공습을 하더라도 바스프는 높은 가격을 유지해 시장을 지탱해오는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바스프가 수익을 내기보다 재고를 덜어내는 전략으로 선회해 바스프 주도로 덤핑이 시작되면서 송원산업도 덩달아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