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약체' 예상 깨고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서 강렬한 인상…한국 야구 새 희망
[아시안게임] 문동주·박영현·윤동희·김주원 '국제용 선수' 무더기 등장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열어젖힌 국가대표팀에는 늘 '국제용 선수'가 있었다.

'리틀 쿠바' 박재홍(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적토마' 이병규(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 영원한 해결사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일본 킬러' 구대성(전 한화 이글스)은 처음 본 선수를 상대로 맹타와 호투를 펼친 국제 대회의 강자였다.

언제부턴가 국제용 선수의 계보가 끊기더니 한국 야구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한때 세계 정상을 넘보던 한국 야구는 2020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연속 부진으로 세계 변방으로 밀려났다.

한국 야구는 올해 3월 WBC에서 더는 세대교체를 미뤘다가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아직도 30대 중반을 넘은 투타 베테랑에게 의존하는 야구로는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 야구의 조류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재확인했다.

한국 야구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역대 아시안게임 대표팀과는 비교할 수 없이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은 이번 야구대표팀에 여러 시선이 교차했다.

[아시안게임] 문동주·박영현·윤동희·김주원 '국제용 선수' 무더기 등장
만 25세 이하 또는 프로 4년 차 이하 선수로 대표 선발 자격을 제한하고 전체 엔트리 24명 중 나이를 불문한 와일드카드를 3명만 뽑았기에 경험이 적은 각 프로야구단의 유망주들이 과연 국제 대회의 부진을 씻어낼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다는 이가 많았다.

게다가 한국 프로야구의 간판타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안정감 있는 왼손 투수 구창모(NC 다이노스)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대표팀 전력은 더욱 약해졌다.

항저우에 온 대표 선수 중 성인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출전 경험자는 투수 5명과 타자 4명을 합쳐 9명뿐이다.

투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0 도쿄 올림픽, 2023 WBC 세 차례 출전했고, 타자 강백호(kt wiz)가 2019 프리미어12, 도쿄 올림픽, 올해 WBC 세 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부분은 도쿄 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데뷔해 2023 WBC 참패를 겪었다.

우승해야 한다는 막중한 부담감으로 어깨가 짓눌린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일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0-4로 완패해 가시밭길을 자초했으나 슈퍼 라운드에서 일본, 중국을 연파하고 결승에서 대만에 설욕할 기회를 스스로 잡았다.

그리고 결승에서 막강한 마운드로 대만 타선을 2-0으로 잠재우고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문동주·박영현·윤동희·김주원 '국제용 선수' 무더기 등장
6이닝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조별리그에서 패한 빚을 말끔히 갚은 선발 투수 문동주, 두둑한 배짱과 대포알 강속구를 앞세워 이번 대회 4경기에 등판해 뒷문을 튼튼히 걸어 잠근 박영현(kt wiz)이 돋보이는 투수였다.

투수 이의리(KIA 타이거즈)의 대체 선수로 가장 마지막에 류중일 호에 승선해 23타수 10안타(타율 0.435)의 불방망이를 휘두른 윤동희(롯데 자이언츠), 홈런 2방에 결승전 결승 타점으로 이름 석 자를 더욱 빛낸 김주원(NC 다이노스)은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올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4천648만원이며, 2년 차인 문동주와 윤동희는 최저 연봉보다 조금 많은 연봉 3천300만원을 받는다.

박영현이 6천100만원, 김주원이 9천만원을 받으나 평균 연봉에는 미치지 못한다.

[아시안게임] 문동주·박영현·윤동희·김주원 '국제용 선수' 무더기 등장
일본 대표팀은 전원 실업 야구 선수들을 전통적으로 아시안게임에 내보냈다.

동호인이 아니라 줄곧 야구해온 직업 야구 선수로 프로 대신 안정적인 봉급이 보장되는 실업팀을 택했을 뿐으로 기량은 프로에 버금간다는 평가가 많다.

대만은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 17명을 선발해 최근 들어 가장 강력한 멤버로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했다.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중국도 이젠 경계의 대상이 됐다.

만만한 팀 하나 없었으나 윤동희와 김주원은 미친 듯이 휘두르고, 문동주와 박영현은 겁 없이 던졌다.

한국 야구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희망이 빛을 미래의 대들보들이 항저우에서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