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린 누나와 '국밥 같은' 동생이 합작한 혼성 권총 동메달
'국밥' 같은 느낌이랄까.
"(이원호)
30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혼성 10m 공기권총 경기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김보미(IBK기업은행)와 이원호(KB국민은행)는 '연상연하 듀오'다.
김보미는 1998년 10월, 이원호는 1999년 8월생으로 만으로 한 살에 약간 못 미치긴 하지만, 엄연히 생년이 다른 '누나와 동생'이다.
아시안게임 메달을 향해 등을 맞대고 사대에 선 이날 경기에선 '듬직한 동생' 이원호가 '여린 누나' 김보미에게 힘을 실으며 메달을 향한 총성을 쐈다.
각 선수가 30발씩 쏴 금메달 결정전에 오를 두 팀과 동메달 결정전에 나설 네 팀을 가리는 본선에서 한국은 이원호가 290점, 김보미가 284점을 쏴 합계 574점으로 전체 4위에 자리해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금메달 결정전에 오를 수 있는 2위 팀 중국(576점)과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아깝게 기회를 놓친 셈이 됐는데, 김보미는 자신 때문이라는 자책에 본선 이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메달이 확정된 뒤 만난 김보미는 "제가 본선 막판에 크게 실수해서 금메달 결정전에 못 간 것 같아서,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아서 울었다"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원호가 '기운 내, 할 수 있어'라고 달래줬다"고 전했다.
동생의 위로와 응원 덕분에 기운을 차린 김보미는 동메달리스트를 결정하고자 이어진 '한일전'에서는 힘을 내며 한국의 16-8 완승을 이끌었다.
김보미는 "원호가 어리지만 믿음직스럽다.
대표 생활을 하며 함께 했던 파트너 중에 가장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원호가 김보미를 향해 "내가 좀 든든하지. 국밥처럼"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원호는 "누나와 혼성팀으로 호흡을 맞추면 잘할 때는 같이 잘하고, 못할 때는 같이 못하고 잘 맞는다"면서 "잘 맞다 보니 메달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으나 고등학교 때 총을 쏘던 오른팔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자 맹훈련을 통해 왼팔 사격을 시작한 사연이 알려졌던 이원호는 첫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10m 공기권총(28일) 은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챙겼다.
이원호는 "연습 때만큼 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쉽고 속상하기도 하지만, 제겐 좋은 경험이 됐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딴 김보미도 "더 높은 결과를 생각했기에 아쉽고 원호에게도 미안하지만, 내년에 더 큰 무대에서 잘하기로 약속했다"며 "앞으로 더 경험할 무대가 많으니 계속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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