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금메달에 감동했던 초5 소년, 항저우 대회서 금메달
2014·2018 대회선 종목 제외되는 아픔도…"득점 도와준 최인호 고마워"
[아시안게임] '손근성·우효숙 키즈' 정병희 "13년간 금메달만 보고 달렸다"
한국 롤러스케이트 정병희(24·충북체육회)는 13년 전인 초등학생 5학년 때부터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꿈을 키웠다.

그는 2010 광저우 대회에서 롤러 남녀 간판 손근성과 우효숙이 제외+포인트(EP) 10,000m 금메달을 석권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봤다.

3살 터울 친형 정병관(충북체육회)을 따라 자연스럽게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있던 그에게 선수 생활을 관통하는 목표가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을지부터 불분명했다.

롤러스케이트는 2014 인천 대회에선 정식 종목을 채택되지 못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땐 남녀 로드 20,000m 두 경기로 대폭 축소됐다.

[아시안게임] '손근성·우효숙 키즈' 정병희 "13년간 금메달만 보고 달렸다"
정병희는 희망을 놓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13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P 10,000m 종목이 정식 종목으로 돌아온 것이다.

태극마크를 단 정병희는 30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에서 가장 높은 19점을 기록,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 초반 체력을 비축하다가 중반부터 고속 기어를 물려 포인트를 휩쓸겠다는 작전이 적중했다.

정병희는 시상식 직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10년 손근성, 우효숙 선배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 꿈을 키웠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하나만 보고 힘들어도 1년, 1년을 버티며 달려왔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제 우상이자 꿈인 손근성, 우효숙 선배와 같은 타이틀을 갖고 싶었다"며 감격해했다.

전북체육회 플레잉 코치로 있는 손근성과 현역 은퇴한 우효숙 모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정병희를 비롯한 후배들을 물심양면 지원했다고 한다.

정병희도 이들을 형, 누나로 부르며 "올해 7, 8월 슬럼프가 왔었는데 형, 누나가 '너 자신을 믿고 준비한 것만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해주셔서 멘털이 잡혔었다"고 떠올렸다.

[아시안게임] '손근성·우효숙 키즈' 정병희 "13년간 금메달만 보고 달렸다"
이날 금메달을 도와준 동메달리스트 최인호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최인호는 경기 중반까진 선두 경쟁을 하며 중국, 대만 선수의 득점을 막아줬고 후반 들어서는 다른 선수들의 주로를 마크하는 등 정병희의 득점을 적극 지원했다.

정병희는 "경기 도중 '편하게 (점수) 먹어'라고 말해줘서 마음 편하게 탔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릴 적 꿈을 이룬 정병희는 "아직 남은 계주 3,000m에서 다 같이 금메달을 따겠다"면서 "다음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P 10,000m란 200m짜리 트랙을 50바퀴 도는 동안 특정 바퀴째에서 순위권에 든 선수들이 포인트를 받고 가장 후미에 있는 선수는 탈락하는 경기 방식이다.

종이 울리고 돌아오는 바퀴에서 1, 2위에 자리한 선수는 각각 2점, 1점을 받고 마지막 바퀴에서는 1∼3위가 각각 3∼1점을 받는다.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아시안게임] '손근성·우효숙 키즈' 정병희 "13년간 금메달만 보고 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