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옛날 한양(지금의 서울)은 나라의 중심이었다.
아래로는 한강이 흘렀고 낙산, 인왕산, 남산, 북악산 등 동서남북으로 산에 둘러싸여 풍수지리적으로도 수도가 되기에 적합한 조건이었다.
19세기 들어서는 다양한 물자가 오가고 사람들이 넘쳐나는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글 가사 '한양가'를 통해 과거 한양과 현재 서울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우리 말과 글 관점에서 한양가를 들여다본 특별전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를 27일부터 선보인다.

청계천의 광통교를 비추며 시작하는 전시는 고려 가요부터 조선 초기 경기체가, 조선 후기의 시와 가사 등 수도 한양을 다룬 다양한 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조선 전기의 문신 서거정(1420∼1488) 등이 새 도읍지 한양의 10가지 경치를 노래한 한시 모음집 '한도십영'(漢都十詠) 실물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한다.

왕이 살았던 궁궐부터 관아가 있는 육조 거리, 다양한 물건이 오간 시장, 정조(재위 1776∼1800)가 화성에 행차하던 장면까지 한양가에 담긴 내용을 여러 자료와 영상으로 풀어냈다.
조선 후기 별감들이 악공, 기생을 데리고 노래와 춤을 즐기던 '승전놀음'을 설명한 부분에서는 '보기에 번화하고 / 듣기에 신기하다'고 읊은 부분도 소개한다.

서울을 여행한 뒤 '지금까지 가본 곳 중에서 가장 낯설고도 흥미로운 도시'라고 언급한 미국 여행가이자 사진가 버튼 홈스(1870∼1958)의 기록 등이 소개된다.
이와 함께 조선왕조의 흥망성쇠를 노래한 1910년대 한양가(한양오백년가), 지방에 거주하던 여성의 서울 여행 체험기를 담은 '서유록' 등도 볼 수 있다.
다만, 총 153건 190점의 자료를 모으다 보니 짜임새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글로 풀어쓴 전염병 치료서인 보물 '간이벽온방 언해', 조선시대 허준(1539∼1615)이 엮은 의학서 '동의보감' 등은 한양 이야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다음 달 13일 박물관 지하 1층 강당에서 '한양가로 그려낸 조선 후기 한양'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열 계획이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