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둔 찌질한 남편 역…"정소민, 연기하다 진짜 짜증 내"
"서툰 연애 돌이켜 보기도…'오겜 2'와 '30일' 대하는 태도 같아"
'30일' 강하늘 "캐릭터 겹쳐 보이더라도 스토리 다른 게 중요"
배우 강하늘이 '찌질함'의 극치를 달리는 코믹 캐릭터로 돌아왔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남대중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30일'을 통해서다.

강하늘은 이혼을 앞두고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내인 나라(정소민 분)와 동시에 기억을 잃은 남편 정열을 연기했다.

훤칠한 외모의 변호사지만, 부부싸움을 할 때면 유치하기 그지없게 돌변한다.

흰자가 보이도록 눈을 치켜뜬 채 나라가 했던 말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나라가 왜 이혼을 결심했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이 장면에서 (제 연기를 보고) 소민이가 실제로 짜증이 난 것 같더라"며 웃었다.

그는 "친구들끼리 있을 때 많이 하는 장난이어서 '너무 약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며 "엔지(NG)가 나도 연기를 계속했더니 감독님도 진짜로 얄밉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강하늘은 영화 '스물'(2015), '청년경찰'(2017), '해적: 도깨비 깃발' 등 많은 작품에서 코믹한 역할을 선보여왔다.

하지만 그는 '30일'에서 그간 해온 역할과 비슷한 결의 인물을 다시 연기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거나 두려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저는 '이전 작품에 이렇게 연기했으니까 이번엔 저렇게 해야지' 하고 전략을 짤 만한 머리가 안 돼요.

하하.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게 배우의 몫인 것 같아요.

다르게 표현하려고 해 봤자 강하늘은 어디 안 가거든요.

캐릭터가 겹쳐 보이더라도 다른 감독님과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30일' 강하늘 "캐릭터 겹쳐 보이더라도 스토리 다른 게 중요"
강하늘은 '30일' 시나리오를 받고서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그는 "걸리는 게 없이 대본을 쭉 읽으면 꼭 그 작품을 하게 된다"며 "작품을 선택하는 딱 하나의 기준이자 미신"이라고 했다.

이어 "보는 동안 알차고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이라며 "긴 추석 연휴를 끝내고 일터로 돌아가기 전에 재밌게 볼만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로맨스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도 '30일'의 차별점이다.

정열과 나라는 서로를 헐뜯고 상처 주면서 이혼 직전까지 가지만, 기억을 잃은 뒤 함께 살면서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진다.

강하늘은 "(인생에서) 결혼 상대가 운명적으로 등장한다는 말을 믿어서 두 사람의 스토리가 이해됐다"고 말했다.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까 주위에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지더라고요.

잘사는 친구도 있고, 매일 싸움으로 점철된 생활을 하는 친구도 있죠. 저는 아직 결혼 생각을 해보지를 않아서 정열과 나라의 부부싸움이 엄청나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그래, '이런 부부도 있지' 생각하면서 연기했죠."
정열이 연애와 결혼생활에 미숙한 인물인 만큼, 서툴렀던 어릴 적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하기도 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점점 자기 욕심이 강해질 때가 있잖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 나를 더 우선하게 되죠. (저를) 돌이켜봤을 때 많이 실수했던 것 같고, 저를 더 생각하는 바람에 상대를 배려해주지 못한 적도 있었어요.

그게 정열이의 마음이 아닐까 해요.

'30일'을 촬영하면서 그런 제 과거 모습이 많이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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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강하늘 "캐릭터 겹쳐 보이더라도 스토리 다른 게 중요"
최근 몇 년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쉬지 않고 일해온 강하늘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2에도 합류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시리즈이지만, 다른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다른 점은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딱히 더 큰 부담감을 갖지는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30일'이나 '오징어 게임 2'나 똑같아요.

제 주위 사람들은 '오징어 게임'이 얼마나 기대받는 작품인데 다른 작품들이랑 비슷할 수 있냐고 묻기도 하더라고요.

연기에 있어서 제 목표는 어떤 작품에서든 그 역할로 딱 보이면 좋겠다는 것 하나뿐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