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 깨는 화려한 색상의 옻칠 회화 선보여

"아직도 옻칠을 예술 작품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렸는데 언젠가는 우리 옻칠의 우수성을 알아줄 날이 오겠죠."
칠예가 전용복의 옻칠 작품은 옻칠이라고 하면 자개장롱이나 밥상 등의 나전칠기를 먼저 떠올리곤 하는 이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이다.

현대미술과 옻칠을 결합한 전용복의 전시가 경기 용인의 갤러리위에서 열리고 있다.

전용복은 국내에서도 배우 배용준의 '옻칠 스승' 등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해외에서, 특히 일본에서 이름을 떨친 작가다.

1991년 일본 도쿄 메구로(目黑) 지역의 대형 연회장인 가조엔(雅敍園)에서 3년간 제자 300여명과 함께 5천여개 칠예 작품을 복원하면서 이름을 알린 그는 이와테(岩手)현의 이와야마(岩手) 칠예미술관 관장으로도 일하며 옻칠을 널리 알려 왔다.

그는 좀 더 많은 이들이 옻칠을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옻칠 작품으로 꾸미는 시도도 그런 노력 중의 하나다.

대개 옻칠하면 흑칠의 검은색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의 작품에는 화려한 색이 가득하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뿌연 생칠을 정제해 얻어지는 투명칠에 돌가루 성분의 안료를 섞어 만드는 방식으로 다양한 색상을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여기에 나전을 결합해 다양한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목재에 삼베를 바르고 옻칠하는 방식 외에도 철판 위에 옻을 칠하는 금태칠기(金胎漆器) 방식으로도 작업한다.

목재 위에 옻칠하는 방식은 기초작업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금속 위에 옻을 칠하는 방식은 수일 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가로 6m, 세로 2m 크기의 대작 '귀향'이다.

강을 거슬러 회귀하는 연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산란을 마치고 죽은 연어가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 순환을 돕듯이 "육신과 영혼을 바쳐 옻칠 문화 부활에 한 점 빛이라도 되길 기원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전시에는 이 밖에도 갈대를 형상화한 '바람소리' 등 대표 연작들이 나왔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앞으로는 갈대 작업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옻칠에 관심 없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옻칠을 알리기 위해 꽃 등을 다양하게 그렸는데 마음 한구석에 늘 허전함이 있었죠. 과감하게 3년 전 결심을 굳히고 갈대만 그리기로 했어요.

갈대는 바람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존재 가치를 지니죠. 그리고 갈대만으로도 수많은 텍스처와 테크닉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오랫동안 옻칠 작업을 해오며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 이젠 좀 쉬고 싶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작업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면서 "옻칠은 너무 어렵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28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