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에 탕후루 즐기다가…" 中 음식 유행 '무서운 경고' [이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배 아파도 먹는다"…매운맛 넘어선 '마라'에 건강주의보
'마라탕 열풍'에 '마라탕후루' 신조어도
의료계, 위염 유발·비만 위험성 지적 나서
'마라 마케팅'도 지양해야…"문제의식 느껴야"
'마라탕 열풍'에 '마라탕후루' 신조어도
의료계, 위염 유발·비만 위험성 지적 나서
'마라 마케팅'도 지양해야…"문제의식 느껴야"
"식사로 마라탕, 후식으론 탕후루."
중국에서 온 음식의 국내 인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즐긴다는 신조어 '마라탕후루'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마라탕의 인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운맛을 뛰어넘는 마라맛"이라며 매운맛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지지받고 있지만, 과도하게 자극적인 매운맛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마라탕'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64% 늘었다.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마라탕' 관련 게시물은 약 76만2000개, '플레이보드' 분석 결과 유튜브 채널에서 '마라탕 먹방(먹는 방송)'을 주로 올리는 채널만 178개에 달한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 마라탕 섭취에 도전했다가 위염을 앓았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라탕에 사용되는 음식 재료의 위생 논란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썸트렌드 집계 기준 지난 한 달간 마라탕과 관련된 부정 키워드에도 '얼얼하다', '머리 아프다', '걱정' 등이 오르는 등 마라탕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다.
마라탕은 고추, 산초, 초피나무 열매, 팔각, 정향 등 향신료로 향을 낸 기름에 육수를 부은 뒤 청경채 등 채소, 고기, 버섯, 어묵, 해산물, 두부 등의 식자재를 넣고 끓인 중국식 요리다. 한국의 마라탕 전문점에서는 재료부터 '맵기 단계'까지 본인의 기호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순한 맛부터 신라면 정도의 매운맛, 불닭볶음면 정도의 강한 매운맛, 애호가들을 위한 매운맛 등 1~4단계로 나뉜다. 스스로 '마라탕 애호가'라 칭하는 이들은 "(마라탕이) 기름기가 많고 매운데도 자주 먹게 된다"라거나, "배가 아파도 계속 당기는 맛"이라고 마라탕의 매력을 꼽는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얼얼한 매운맛과 특유의 산초향에 "중독된 거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평소 야근이 잦다는 직장인 고모 씨(24)는 "어느 순간 일주일에 2~3번씩 야식으로 마라탕을 시켜 먹고 있다"면서도 "최근 몇 주 전부터는 맵기 단계를 제일 약하게 해도 배가 살살 아프고 다음 날 온종일 고생하는 일을 겪었다. 그런데도 계속 당기는 음식"이라고 했다.
2019년도 '먹방' 콘텐츠로 마라탕을 처음 접했다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처음엔 마라탕을 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차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라는 걸 알았다"면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먹는데 다음날 배가 아파서 후회하면서도 또 먹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의료 전문가들은 마라탕에 들어간 조미료와 향신료의 영향으로 소화가 어려워지거나, 위산과다, 속쓰림에 이어 위염, 장염 등의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한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이사는 이달 초 '대한비만학회 보험·정책 심포지엄'에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10대 아이들의 놀이 문화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이 비만 아이가 스스로 교정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마라탕 전문점'의 위생 문제도 섭취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마라탕 등을 조리해 배달·판매하는 음식점 총 3998곳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51곳(1.3%)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에는 마라탕의 '단골 재료'로 꼽히는 백목이 버섯 제품에서 잔류농약이 기준치보다 12배 많게 검출돼 식약처가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분별한 마라탕 먹방 흐름과 더불어 식품업계에서 '마라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엔 매운 것을 먹는 것 자체가 도전이나 재미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맵찔이(매운 음식 못 먹는 찌질이)'라고 서로를 비하하는 용어가 생겨나고, 젊은 어린 사람들끼리 '맵부심(매운 음식 먹는 자부심)' 이런 용어를 만들어내며 도전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라며 "'매운 것을 먹으면 위에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라탕이 우리나라 음식을 뒤집을 정도로, 다른 음식의 특장점이 뭉개질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시장 전체를 잠식하게 되는 것은 문제"라며 "일단 너무나 매운 음식이고, 위생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중국에서 온 음식의 국내 인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즐긴다는 신조어 '마라탕후루'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마라탕의 인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매운맛을 뛰어넘는 마라맛"이라며 매운맛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지지받고 있지만, 과도하게 자극적인 매운맛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한 달간 온라인상에서 '마라탕'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64% 늘었다. 11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마라탕' 관련 게시물은 약 76만2000개, '플레이보드' 분석 결과 유튜브 채널에서 '마라탕 먹방(먹는 방송)'을 주로 올리는 채널만 178개에 달한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 마라탕 섭취에 도전했다가 위염을 앓았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라탕에 사용되는 음식 재료의 위생 논란도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썸트렌드 집계 기준 지난 한 달간 마라탕과 관련된 부정 키워드에도 '얼얼하다', '머리 아프다', '걱정' 등이 오르는 등 마라탕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다.
마라탕은 고추, 산초, 초피나무 열매, 팔각, 정향 등 향신료로 향을 낸 기름에 육수를 부은 뒤 청경채 등 채소, 고기, 버섯, 어묵, 해산물, 두부 등의 식자재를 넣고 끓인 중국식 요리다. 한국의 마라탕 전문점에서는 재료부터 '맵기 단계'까지 본인의 기호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순한 맛부터 신라면 정도의 매운맛, 불닭볶음면 정도의 강한 매운맛, 애호가들을 위한 매운맛 등 1~4단계로 나뉜다. 스스로 '마라탕 애호가'라 칭하는 이들은 "(마라탕이) 기름기가 많고 매운데도 자주 먹게 된다"라거나, "배가 아파도 계속 당기는 맛"이라고 마라탕의 매력을 꼽는다.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얼얼한 매운맛과 특유의 산초향에 "중독된 거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평소 야근이 잦다는 직장인 고모 씨(24)는 "어느 순간 일주일에 2~3번씩 야식으로 마라탕을 시켜 먹고 있다"면서도 "최근 몇 주 전부터는 맵기 단계를 제일 약하게 해도 배가 살살 아프고 다음 날 온종일 고생하는 일을 겪었다. 그런데도 계속 당기는 음식"이라고 했다.
2019년도 '먹방' 콘텐츠로 마라탕을 처음 접했다는 직장인 김모 씨(27)는 "처음엔 마라탕을 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점차 중독성이 강한 음식이라는 걸 알았다"면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먹는데 다음날 배가 아파서 후회하면서도 또 먹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의료 전문가들은 마라탕에 들어간 조미료와 향신료의 영향으로 소화가 어려워지거나, 위산과다, 속쓰림에 이어 위염, 장염 등의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한다. 홍용희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이사는 이달 초 '대한비만학회 보험·정책 심포지엄'에서 "마라탕을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즐기는 10대 아이들의 놀이 문화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이 비만 아이가 스스로 교정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마라탕 전문점'의 위생 문제도 섭취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마라탕 등을 조리해 배달·판매하는 음식점 총 3998곳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51곳(1.3%)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에는 마라탕의 '단골 재료'로 꼽히는 백목이 버섯 제품에서 잔류농약이 기준치보다 12배 많게 검출돼 식약처가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무분별한 마라탕 먹방 흐름과 더불어 식품업계에서 '마라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엔 매운 것을 먹는 것 자체가 도전이나 재미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맵찔이(매운 음식 못 먹는 찌질이)'라고 서로를 비하하는 용어가 생겨나고, 젊은 어린 사람들끼리 '맵부심(매운 음식 먹는 자부심)' 이런 용어를 만들어내며 도전의 의미로 받아들인다"라며 "'매운 것을 먹으면 위에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라탕이 우리나라 음식을 뒤집을 정도로, 다른 음식의 특장점이 뭉개질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시장 전체를 잠식하게 되는 것은 문제"라며 "일단 너무나 매운 음식이고, 위생적 문제도 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