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소관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 있어…실력으로 극복"
'따개비 배' 돌아본 카누 용선대표팀 "중국 텃세 걱정되지만…"
카누 용선 남자대표팀을 이끄는 박민호(서산시청) 감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기억한다.

이 대회부터 10명의 패들러와 키잡이, 드러머(북 치는 선수) 등 12명의 선수가 한 팀을 이뤄 경쟁하는 용선(드래곤 보트)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메달 사냥의 부푼 꿈을 안고 대회에 나선 남자 대표팀은 1,000m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썼다.

용선은 중국 광둥성 주장(珠江) 삼각주 일대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만큼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팀이 강세를 보인다.

그런데 결선에서는 예선(3분35초646)보다 못한 3분37초254의 기록으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현장에서 선수로 물살을 갈랐던 박 감독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쉽다.

결선에서 배정받은 배에 '따개비'가 붙어있다고 한다.

따개비가 붙으면 배가 유선형이 아닌 모양으로 변하면서 저항이 커지는 데다 무게도 증가해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13년 후 박 감독은 다시 중국에 간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니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지휘하는 지도자다.

박 감독은 7일 충남 부여 여성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용선 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지금 주장인 구자욱 선수와 함께 출전한 2010 광저우 대회 예선전에서 다른 팀의 견제를 받을 만큼 좋은 기록을 냈다"고 돌아봤다.

이어 "당시 기사도 나왔다.

'따개비 사건'이라고 해서 배 밑바닥에 뭐가 많이 붙은 안 좋은 배를 받고 결선에 나섰다"며 "중국의 '텃세'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개비 배' 돌아본 카누 용선대표팀 "중국 텃세 걱정되지만…"
그러면서 "각오하고 있다.

이런 일은 주최 측에서 담당하는 부분이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모든 텃세를 실력으로 이겨내겠다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감독으로서 실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우려하지만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선수들과 합심해서 꼭 실력으로 뛰어넘겠다"고 힘줘 말했다.

박 감독과 하재흥(강원카누연맹) 여자부 감독이 이끄는 남녀 대표팀은 나란히 200m, 500m, 1,000m 종목에 출전한다.

남자팀은 1,000m에 집중한다.

여자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 금메달을 딴 500m가 주력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29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몇 년씩 준비한 타 국가에 비해 훈련 시점은 늦지만, 대표팀은 과감하게 금메달을 노린다.

남자, 여자부에서 각각 1,000m와 500m 경주에 능한 선수들을 모아 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훈련 기간이 길지 않지만, 선수단 모두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겠다"며 "선수 구성을 보면 목표를 금메달로 두고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2018 아시안게임 때보다 우리 대표팀의 선수 구성이 더 좋다"면서 "남북 단일팀보다 남자부는 전력이 더 강해졌다.

여자부도 그에 못지않은 전력으로 팀을 꾸렸다"고 자신했다.

'따개비 배' 돌아본 카누 용선대표팀 "중국 텃세 걱정되지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