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랍 4∼63년 스님 13명 새벽 3시부터 하루 4차례 정진 수행
"쓰르륵 쓰르륵 탕~ 쓰르륵 쓰스륵 탕∼쓰르륵 쓰르륵 탕∼"
27일 오전 3시 15분. 별빛과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경남 양산시 영축산 자락에 죽비를 치는 소리가 세 차례 울려 퍼졌다.
장삼에 가사를 갖춰 입고 선방(禪房·참선하는 방)에 모인 스님들이 3배 예불(禮佛·부처 앞에서 경배하는 의식)하고서 서로를 향해 반배를 올렸다.
이어 가사를 횃대에 가지런히 걸고 자리를 잡았다.

영축총림 통도사 산내암자인 서운암 무위선원의 불기 2567년(서기 2023년) 하안거(夏安居) 마지막 참선 정진은 이렇게 시작됐다.
해우소(解憂所·화장실)에 가거나 선방 주변을 가볍게 걷는 10분간의 행선(行禪)을 포함해 오전 5시까지 참선이 이어졌다.
마지막이라도 흐트러짐은 금기다.
안거 선방의 큰 어른인 선덕(禪德) 정광스님은 참선이 시작되고 10여분이 지났을 무렵 약 2m 길이의 장군죽비로 비교적 젊은 한 스님의 어깨를 내리쳤다.
"탕, 탕, 탕, 탕∼"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풀벌레 합주가 이내 선방을 채웠다.
학교 현장의 '교권 붕괴' 우려가 높은 시기에 절제와 존경이 오가는 가운데 울린 죽비 소리는 남다른 여운을 남겼다.
정광스님은 "장군죽비는 선방에만 특별하게 있는 것"이라며 "세상에서도 무엇이든지 하고자 할 때 중간에 정신이 흐트러지면 안 되니 집중해서 지금 하는 일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참선 시작에 앞서 죽비에 관한 생각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음력 4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는 하안거를,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는 동안거를 한다.
하안거 공식 해제일은 이달 30일이다.
27일 참선 정진을 마친 스님들은 남은 기간 좌복(참선 방석)을 세탁하고 청소를 하거나 수행 중 자신의 허물을 참회하는 자자(自恣) 의식을 한다.
정진 중 벌어진 일을 밖에서 얘기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통상 7명 정도를 새로 선발해 참가시키니 경쟁률이 4.3대 1에 육박하는 셈이다.
안거 참가자를 결정하기 위해 심사하는 것을 '갈마'라고 하는데 신청자의 수행 이력이나 이들에 대한 선방 대중의 평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선방의 가풍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한다.
안거 스님들은 서운암에서 오전 3시에 기상해 새벽, 오전, 오후, 저녁 하루 4차례씩 정진을 하는 일상을 반복했다.
매월 4일, 14일, 24일에 새벽 정진만 하고 삭발을 한 뒤 근처에서 산행하거나 장삼에 풀을 먹이는 등 정비 활동을 하는 것이 일종의 휴식이다.

장기간 면벽 수행을 하다 보니 건강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올여름 안거는 13명이 모두 성만(成滿)했지만, 간혹 몸이 좋지 않아서 중도에 퇴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2∼3일 정도 정진을 못할 것 같으면 함께 하는 스님들이 뭐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관례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 98개 선원에서 스님 1천889명이 이번 하안거 때 석 달간 정진했다.
수행 공간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며 안거 중인 스님들의 일상이 공개되는 일도 좀처럼 없다.
서송스님은 간혹 물의를 일으키는 몇몇 승려 때문에 승가 전체가 폄하되기도 하지만 많은 스님이 재가자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정진하고 있으며 스스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과 더불어 수행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대중 선방에서 열심히 정진하는 분도 있고 산속에 개인 토굴을 만들고 생쌀을 씹으며 수행하는 분도 있습니다.
이 세상이 말법(末法) 시대라고 하고 수행승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안 보일 뿐, 어딘가에서 목숨을 걸고 수행 정진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