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했지만 포수 믿고 더 낮고 강하게 던져…집념으로 승리지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서진용은 총 51% 비율로 직구를, 48.3% 비율로 포크볼을 던졌다.
두 구종의 비율은 무려 99.3%다.
서진용이 단 2개 구종만 쓰면서도 리그 세이브 1위를 달리는 이유는 직구와 포크볼을 구별하기 어려워서다.
시속 130㎞ 포크볼과 140㎞대 직구는 구속으로 구분하기 힘들다.
공의 움직임도 그렇다.
서진용의 포크볼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진다.
그는 마구에 가까운 포크볼로 올 시즌 블론 세이브 없이 32세이브를 올렸다.
팀이 5연패에 빠진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는 2-1로 앞선 9회초에 구원 등판해 신민재에게 좌전 안타와 도루를 내줘 2사 2루 동점 위기에 놓였다.
마지막 타자는 LG 외국인 선수 오스틴 딘. 안타 1개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팀의 연패가 더 길어질 수 있었다.
서진용은 주무기 포크볼을 내리던졌다.
볼카운트 1볼에서 2구 포크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3구 포크볼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서진용은 위닝샷으로 다시 포크볼을 던졌다.
이때 공이 손에 긁히면서 원바운드로 떨어졌다.
포수 이흥련은 몸을 던져 블로킹했지만 멀찌감치 공이 굴러갔다.
그 사이 2루 주자 신민재가 3루로 향했다.
2루와 3루의 차이는 크다.
폭투 한 개면 동점을 내주면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잃을 수 있었다.
바운드 되기 십상인 포크볼을 던지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장성호 해설위원도 "서진용이 매우 갑갑하게 됐다"고 했다.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 포수 이흥련은 심호흡한 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 뒤 조심스럽게 사인을 냈다.
본인을 믿고 다시 한번 포크볼을 던지라는 사인이었다.
서진용은 고개를 젓지 않았다.
그리고 힘차게 시속 133㎞ 포크볼을 뿌렸다.
고도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오스틴은 배트를 움직였다.
빗맞은 공은 빠른 속도로 3루로 향했다.
SSG 3루수 최정은 달려들어 공을 잡은 뒤 1루로 던지고 쓰러졌다.
1루심의 첫 판정은 세이프. 이후 비디오 판독을 거쳐 아웃으로 정정됐다.
경기 후 만난 서진용은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다.
그는 9회 상황을 묻는 말에 "막막했던 게 사실이지만, 가장 자신 있는 공이 포크볼이었기에 포수를 믿고 던졌다"라며 "(이흥련이)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낮고 강하게 뿌렸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하든 절대 실점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모두의 집념으로 승리를 지킨 것 같다"라며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