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눈물 연기·김희선 깊이 있는 감정 표현에 놀라"
'달짝지근해' 이한 감독 "두려웠던 로코 도전…성장한 기분"
"제가 가장 두려워하고 잘 몰랐던 장르였는데, 끝내고 나니 성장한 듯한 기분입니다.

'그래 이제 나도 웃긴 부분은 알겠다' 하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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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감독이 오는 15일 개봉하는 '달짝지근해: 7510'(이하 '달짝지근해')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완득이'(2011), '오빠생각'(2016), '증인'(2019) 등 따뜻한 휴먼 드라마를 주로 선보여온 이 감독이 처음으로 내놓은 로맨틱 코미디다.

이 감독은 지난 10일 화상 인터뷰에서 "관객이 재미있어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을 제1 원칙으로 삼고 시작한 작품"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고 살던 제과 회사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미혼모인 일영(김희선)을 만나 첫사랑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중년 로맨스를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렸다.

이 작품은 '극한직업'(2019)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10여 년 전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한 감독의 각색을 거치기는 했지만,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느껴지는 대사가 많다.

이한 감독은 "이병헌 감독과 저의 유머가 반반씩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물론 전 이병헌 감독의 엄청난 팬이지만, 아무래도 저와는 (연출의) 관점 같은 것이 다르잖아요.

연출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서로의 개성이 부딪히지 않을까 고민했죠. 전에 한번 제가 각색을 했더니 이병헌 감독만의 재미가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묻어 뒀다가) 지금은 시나리오를 잘 고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출까지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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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해' 이한 감독 "두려웠던 로코 도전…성장한 기분"
'달짝지근해'에 많은 카메오가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위한 장치다.

이 감독과 과거 함께 작업했던 정우성, 임시완, 고아성, 염혜란 등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 웃음을 안긴다.

이 감독은 "잠깐 나오고 마는 특별출연은 제 취향이 아니다"라며 배역을 먼저 만들어 놓은 다음, 알맞은 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요청을 받은 배우는 모두 흔쾌히 출연을 수락했다고 한다.

극 중 일영의 옛 연인이자 뱀을 잡으러 다니는 땅꾼을 연기한 정우성과는 의도치 않게 극장가에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정우성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주연작인 '보호자'가 '달짝지근해'와 같은 날 개봉한다.

정우성에게서 "저희가 어쩌다 한날 개봉하는 운명이 됐을까요"라는 문자를 받았다는 이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달짝지근해'는 카메오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인 유해진과 김희선을 비롯해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등 조연까지 캐스팅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재미도 재미지만,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의 울림이 컸다고 배우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치호와 일영이 이별하는 장면에선 이를 지켜보는 배우들과 스태프가 모두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고 이 감독은 전했다.

"솔직히 유해진 씨가 그렇게 눈물 연기를 잘하는지 몰랐어요.

그런 식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걸 본 적이 없어요.

김희선 씨에게도 깜짝 놀랐는데, 깊이 있게 아픔을 표현해내더라고요.

두 분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던 장면이라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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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짝지근해' 이한 감독 "두려웠던 로코 도전…성장한 기분"
'달짝지근해'는 배우들의 앙상블과 따뜻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영화지만, 최근 나온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비롯해 한날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 등 대작과의 경쟁을 앞두고 있어 흥행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이 감독은 "저는 항상 소소한 이야기에 끌리는데 시사회를 통해 다른 사람들도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제가 좋아했던 한국 영화의 공통점은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거예요.

그런 영화를 보면 저 역시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것 같기도 해요.

'달짝지근해'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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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