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 속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감사한 작품"
'D.P.2' 김성균 "'나라면 어땠을까' 부끄러운 마음으로 연기"
"제가 연기하면서도 박범구라는 인물이 너무 멋있는 거예요.

'참 어른'(진짜 어른)이고 제 주변에 있으면 좋겠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인데, 제가 이런 사람을 표현한다는 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김성균이라면 이렇게 당당하지 못했을 텐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 시리즈는 군대의 부조리를 섬뜩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뤄 호평받았다.

어두운 현실에서도 한 줄기 빛 같은 인물들이 등장해 희망을 품게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배우 김성균이 연기한 군무이탈 담당 수사관 박범구 중사다.

범구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소속인 주인공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의 상관이다.

병사가 탈영하면 준호와 호열을 보내 체포하게 하고, 때로는 직접 탈영병을 잡으러 달려간다.

최근 공개된 시즌2에서 범구는 준호를 지키려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길을 선택한다.

군 수뇌부가 사병의 총기 난사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해 모든 책임을 사병에게 돌리려 하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는 준호가 곤경에 처하자 범구가 스스로 위험을 택한다.

김성균은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범구가 너무 멋있어서 그 모습을 연기하는 제가 부끄러웠다"며 "그럴 때면 '범구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거야'라고 믿고 연기했다"고 고백했다.

'D.P.2' 김성균 "'나라면 어땠을까' 부끄러운 마음으로 연기"
김성균은 범구가 가진 감정을 한 마디로 '책임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범구는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이나 부조리한 조직의 모습이 결국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균은 "책임져야 할 누군가가 생긴다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라며 "부모가 될 준비가 되고 훌륭한 사람이 돼야 자녀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듯이 범구도 조직 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이 책임져야 할 준호나 호열과 같은 병사가 생겨났고, 자연히 그들에 대한 감정이 생겼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D.P.' 시즌1은 준호의 선임인 조석봉(조현철) 일병의 탈영 사건과 함께 "군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암울한 대사와 함께 마무리된 반면, 시즌2는 준호와 범구를 비롯한 인물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나서 미약하나마 부조리에 맞서는 결말을 맞이한다.

김성균은 "드라마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깨져도 흔적은 남는다'는 대사가 나온다"며 "'D.P.' 시리즈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P.2' 김성균 "'나라면 어땠을까' 부끄러운 마음으로 연기"
김성균은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2012년 첫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인상적인 조폭 연기로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을 알렸고, 이후로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수많은 역할을 맡았다.

그가 맡은 비중 있는 배역은 영화 '이웃사람'(2012)의 살인범 류승혁,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순수하고 엉뚱한 삼천포처럼 개성이 뚜렷했으며 괴짜 또는 범죄자가 많았다.

김성균은 이 때문에 'D.P.' 시리즈가 자신에게는 더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살인범이나 깡패, 아니면 너무 순한 역할을 맡거나 코믹한 인물을 연기했는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어른,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어른 역할을 해본 게 이번이 처음"이라며 "저한테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물론 배우로서의 의미가 전부는 아니다.

김성균은 군대라는 사회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 부조리의 원인을 쫓는 'D.P.'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D.P.'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데도 행동하지 못하는 모습, 결국은 행동하게 되는 누군가의 이야기,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한 여러모로 감사한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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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