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유물 중에서도 뛰어난 편"…통일신라 금동 불상 등도 나와

공양구는 부처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올리고 의식을 행할 때 쓰는 물품을 뜻한다.
문화재청은 경주 사정동에 있는 사적 '경주 흥륜사지' 서쪽 부근에서 철 솥을 포함한 청동 공양구 54점이 출토됐다고 5일 밝혔다.
유물이 나온 장소는 현재 흥륜사가 자리한 곳으로부터 약 22m 떨어져 있다.

일대에서는 통일신라∼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도 쏟아졌다.
특히 지름 약 65㎝, 높이 62㎝에 이르는 철 솥은 땅에 묻힌 채 발견됐는데, 그 안에는 청동 향로, 촛대, 금강저(金剛杵) 등이 담겨 있었다.
방망이나 아령처럼 생긴 금강저는 불교 의식에서 쓰는 용구를 뜻한다.

문화재청은 철 솥과 청동 유물이 화재, 사고 등 재난이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급히 한 곳에 모은 뒤 땅에 묻어둔 퇴장(退藏) 유물이리라 추정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청동 유물이 한 번에 출토된 사례는 경남 창녕 말흘리 유적, 경북 군위 인각사지, 서울 도봉서원(영국사지), 충북 청주 사뇌사지(무심천변), 경주 망덕사지와 굴불사지 등에서 확인된 바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전날 유물이 보관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확인된 유물 중 일부는 11세기 제작된 양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청장은 촛대의 촛농 받침에 대해 "보통 접시 형태가 많은데 꽃 형태(화형·花形)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급하게 유물을 넣고 떠난 듯한데, 고려 (공양구) 유물 중에서도 뛰어난 유물로 보인다"면서 유물을 땅에 묻게 된 배경으로 몽골의 침략 등을 언급했다.

영묘사는 신라 선덕여왕(632∼647) 때 창건한 사찰이라고 전하나 조선 초에 폐허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흥륜사가 자리한 부근에서는 '영묘지사(靈廟之寺)'라 새겨진 기와 등 영묘사 관련 유물이 5차례 정도 나온 바 있어 학계에서는 영묘사 터였을 거라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청동 공양구 유물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보존 처리와 추가 연구를 할 예정"이라며 "다른 사례와 비교해도 유물 수량이 많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