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막으려다 실종된 60대 수리시설 감시원 수색에 '온힘'
"내일 또 큰 비가 내린다니 무서워"…주민들, '한숨'
"1년 농사 망친 게 사람 목숨에 비하면 대수인가요.

"
전남 함평군 엄다면 학야리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모(58)씨는 28일 흙탕물에 잠긴 농경지를 내버려 두고 소방 특수구조대원의 수중 수색이 이어지는 마을 하천 수문으로 발길을 옮겼다.

통상 한 달 치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전날 밤 이곳에서는 수리시설 감시원으로 활동하는 60대 마을주민 1명이 실종됐다.

김씨는 "제방 밑으로는 저기 안쪽 마을 입구까지, 과장 좀 보태면 집 빼고 동네가 다 잠겼다"며 "이렇게 농경지가 잠겨버릴까 봐 수문을 열려고 그 위험한 밤에 여기까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웃이기도 한 수리시설 감시원이 거짓말처럼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김씨는 얼마 전 모내기를 끝낸 들녘이 걱정돼 자신도 전날 밤 집을 나서려 했지만,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빗줄기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섬진강이 범람해 구례 시가지 전체가 잠겼던 3년 전 여름에도 어제만큼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며 "내일 또 큰 비가 내린다는데 더 심한 피해가 날까 무섭다"고 한숨지었다.

밤새 퍼붓던 장맛비가 그치면서 함평천과 엄다천 합류부에 자리한 수문 주변에서는 소방 특수구조대원의 수중 수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원들은 하천 수위가 내려가자 산소통 없이 물속에 들어가 안전 밧줄에 몸을 지탱하며 수풀과 바위틈 사이를 신중하게 살폈다.

탁한 흙탕물 탓에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수중을 손으로 훑어가며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실종자의 흔적을 탐색했다.

전남소방본부는 실종자 수색에 인원 437명, 장비 24대를 투입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밤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지금까지 실종자 1명이 집계됐다.

주택 침수 우려 등으로 인한 이재민은 광양, 순천, 무안 등 3개 시·군에서 5세대 5명이 발생했는데 일부는 비가 그치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이재민은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농경지 1천862㏊, 비닐하우스 등 재배 시설 3.8㏊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작물 별로는 한 해 농사를 시작한 벼가 1천829㏊로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