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몸싸움에 욕설까지 날 것 그대로…웨이브 유료가입 기여 1위
"여러분의 다리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풀리는 자물쇠로 포박되어 있습니다.

잠시 후 비밀번호를 획득할 수 있는 문제가 모니터로 출제됩니다.

"
손발이 묶인 11명의 사람에게 모니터에서 음성이 흘러나와 게임의 규칙을 설명한다.

이어 모니터 화면에 의문의 숫자가 나타나고 참가자들은 머리를 짜내 비밀번호를 찾는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피의 게임' 시즌2의 첫 장면이다.

두뇌와 신체조건을 모두 활용한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시즌2가 OTT(동영상 스트리밍)로 플랫폼을 옮기고 스튜디오 MC를 없애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 호평받았다.

웨이브에 따르면 '피의 게임' 시즌2는 웨이브 신규 유료가입 견인 기여도 조사에서 예능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지수에서도 5월 3∼4주차에 1위에 오르고 6월 첫 주에는 1위인 '하트시그널' 시즌4와 0.001% 차이로 2위에 올랐다.

'피의 게임' 시즌2는 이달 9일 파이널 매치를 담은 13회가 공개됐고 오는 16일에는 뒷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회가 공개될 예정이다.

'피의 게임'은 출연자들이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상금을 두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프로그램이다.

특정한 조건 아래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같은 큰 틀은 시즌1과 시즌2가 동일하다.

시즌2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플랫폼을 지상파 TV 채널인 MBC에서 OTT인 웨이브로 옮겼다는 점이다.

지상파 TV 채널이 가진 고정 수요층을 생각하면 OTT로 옮기는 것은 조심스러운 결정이다.

지상파 방송과 달리 OTT는 구독료라는 진입 장벽도 있다.

그러나 '피의 게임' 시즌2 제작진은 OTT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단점을 상쇄했다.

OTT에 규제가 훨씬 약한 점을 활용해 폭력성이 강한 내용이나 출연자들의 욕설까지도 여과 없이 다루며 '날 것' 그대로라는 느낌을 살렸다.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인 전 농구선수 하승진과 유튜버 덱스의 몸싸움 장면이 대표적이다.

4회에서 하승진이 지키던 상징을 덱스가 깨트리고, 이에 하승진이 흥분해 덱스를 공격한다.

이 장면에서 다른 출연자들은 하승진을 만류하지만, 이후로도 몸싸움이 한동안 이어진다.

지상파 방송에 담기에는 적절치 않은 거친 말도 오간다.

제작진은 폭력적인 장면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이 장면은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에 회자하며 화제가 됐다.

현정완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두고 "TV였다면 두 사람의 몸싸움을 편집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OTT는 원하는 분들이 보시고 원하지 않는 분들은 보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OTT의 장점을 이해하고 활용했다는 취지다.

시즌2가 이전 시즌과 달라진 또 다른 부분은 게임 현장과 떨어진 스튜디오에서 현장 상황을 지켜보는 MC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스튜디오 MC는 복잡한 내용을 시청자에게 설명하고 적절한 반응을 유도한다.

서바이벌 예능도 예외가 아니다.

채널A의 '강철부대' 시즌1(2021년)과 시즌2(2022년), 티빙 오리지널 '제로섬게임'(2022년) 등은 스튜디오 MC 또는 패널이 등장한다.

'피의 게임' 역시 시즌1에서는 다섯 명의 MC가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들의 게임을 지켜봤다.

MC인 가수 이상민이 게임 예고 영상을 본 뒤 "전율이 확 올라왔다"고 말하고, 코미디언 장동민이 "전쟁이야!"라고 호응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시즌2는 과감히 MC를 없앴다.

게임 규칙이 수시로 등장하지만, 이를 재차 부연해서 설명해주지 않고 상황에 대한 반응은 출연자들의 인터뷰 장면으로만 채웠다.

시청자들은 대체로 우호적인 반응이다.

한 시청자는 SNS에 "시즌1은 MC들이 있어서 몰입도가 깨진다는 후기가 있어서 시즌2부터 시청했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시청자는 블로그에 "시즌1과 비교해 좋았던 점은 MC가 없어졌다는 점"이라고 썼다.

MC들이 등장하면 게임의 흐름을 끊어 몰입감을 떨어트리고 분량을 차지하는데, MC가 없어지면서 몰입감이 더 높아졌다는 게 호평의 주된 이유다.

획일화된 반응을 유도하는 MC들이 없어 감상이 더 자유로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현 PD는 "패널(MC)은 게임의 흐름을 멈추고 시청자들의 관점을 하나로 제한하는 면이 있다"며 "시즌2는 시청자들에게 여러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