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관 건립 예산 마련 못해 오륜동 인조잔디구장에 보관
부산 옛 영도대교 철거 유물, 풀숲에 10년째 방치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적 건축물인 옛 영도대교 철거 구조물이 10년째 풀숲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축을 허가하는 조건으로 영도대교 확장, 영도대교 전시관 건립 등을 제시했다.

이를 받아들인 롯데 측은 기존 교량을 해체한 뒤 새로운 영도대교를 지었다.

그러나 롯데 측이 전시관 건립 비용 부담을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시가 패소하면서 자체 예산으로 박물관을 지을 처지에 놓였다.

부산시는 이후에도 전시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2014년부터 금정구 오륜동 인조잔디구장에 옛 영도대교 부재들과 철재들을 보관하게 됐다.

옛 영도대교는 국내 최초의 연륙교이자 유일한 도개교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함께한 교량으로 유명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롯데 측에서 철거 구조물을 가지고 있다가 2014년 부산시가 전시관을 건립하기로 하면서 이곳에 보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시에서 영도대교 구조물에 덮어놓은 천막은 비바람으로 인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영도대교 박물관 건립에 투입되는 예산 190억을 마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구조물을 덮은 천막을 계속 보완하고 있지만, 비바람에 찢어지는 등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1부두 활용방안 연구용역 때 영도대교 인근 유휴 부지에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