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는 도전하고 싶었던 장르"
"제작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김용화 감독이 든든히 조력"
'탈출' 김태곤 감독 "몇 년간 실업자…칸 시사회 후 아내 눈물"
"'굿바이 싱글'을 끝내고 거의 실업자처럼 지냈어요.

이번에 아내와 같이 칸에 왔는데, 상영이 끝나고서 울더라고요.

집에서만 보던 남편이 턱시도를 입고 사람들 박수를 받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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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김태곤 감독은 22일(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 시사회 후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도전한 재난 영화 '탈출'로 칸영화제가 대중성 있는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가 끝나고는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는 영광도 누렸다.

김 감독은 "뉴스에서나 보던, 꿈도 꾸지 않았던 칸영화제에 오게 돼 너무 좋다.

그렇게 큰 상영관은 처음 봤다"고 소감을 말했다.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이 너무 늦은 시간에 영화가 상영되는 부문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어요.

코를 고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거든요.

살펴봤더니 나가는 분들은 많지 않더라고요.

하하.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준 관객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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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김태곤 감독 "몇 년간 실업자…칸 시사회 후 아내 눈물"
'탈출'은 공항으로 향하는 대교 위에 고립된 채 살상용 군견 떼의 습격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다.

'족구왕'(2014), '범죄의 여왕'(2016), '소공녀'(2018) 등 독립영화를 주로 제작해온 김 감독이 이 작품을 연출한 게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는 "도전이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는 결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직전 작품인 '굿바이 싱글' 이후 코미디 장르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못 웃기면 어쩌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다른 결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죠. 한편으로는 이게 과연 제작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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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신과 함께' 시리즈로 국내 특수시각효과(VFX)의 새로운 장을 연 김용화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소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았지만, 선뜻 제작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던 차였다.

김 감독은 "VFX에선 최고인 김용화 감독님만 믿고 의지하고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든든한 조력자로 마지 자기가 연출하는 작품인 것처럼 신경 써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두 사람이 가장 공들인 부분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개들이다.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개들을 오로지 컴퓨터그래픽(CG)으로만 구현해야 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점차 구상했던 모습과 비슷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믿음이 생기더라"며 "관객들이 실재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탈출' 김태곤 감독 "몇 년간 실업자…칸 시사회 후 아내 눈물"
'탈출'은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플롯을 따라가기는 하지만, 살상용 군견이라는 소재와 다리 위라는 공간이 새로움을 준다.

김 감독은 20대 시절 배낭여행을 했을 때 수십 마리의 개가 자신을 따라온 기억을 바탕으로 소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후 다양한 사람들이 공항을 오가는 대교 위에서 고립돼 개들을 만나면 어떨까 하는 상상으로 뻗어나갔다고 김 감독은 설명했다.

하지만 극 중에서 개들이 오직 공포를 주는 대상만으로 소비되지는 않는다.

인간의 욕심으로 희생되고, 이후 모성까지 발휘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김 감독은 "'혹성탈출'의 시저 같은 캐릭터로 봐주면 좋겠다"며 "사실상 엄마 개인 E9라는 개는 다른 개들을 탈출시켜야 하는 책임감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개들은 처음에는 공포감의 대상이지만 다른 인물들과 똑같이 다리에서 벗어나야 하는 상황은 똑같아요.

그 정서를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탈출'은 단순히 재난 영화가 아니고, 사연 있는 사람과 개들이 만나서 같이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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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김태곤 감독 "몇 년간 실업자…칸 시사회 후 아내 눈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