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16일 시작한 '창덕궁 깊이 보기, 희정당' 프로그램에 참가한 관람객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희정당은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생활공간으로 사용했고 조선 후기부터는 업무 보고, 국가 정책 토론 등이 열리는 왕의 집무실로도 활용됐다. 근대 전환기 시점에 있었던 희정당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6월 3일까지 운영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9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2023년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 발대식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캠페인 공식 지원단 발대식을 시작으로 국내외 ‘문화유산 관광’을 촉진하기 위한 방문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방문 캠페인은 한국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2020년 첫선을 보인 뒤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국내에선 세계유산과 인류 무형유산을 중심으로 76개 거점에서 10개 주제의 방문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문화유산 방문자 여권’을 전면 개편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은 실제 여권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방문자 여권을 들고 각 문화유산 거점을 방문해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다. 7월 16일까지는 도장 10개를 찍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이벤트도 연다. ‘관동풍류의 길’, ‘백제 고도의 길’ 등 2곳의 필수코스를 포함해 10개의 도장을 모은 방문객 중 10명한테는 오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문화유산 홍보 현장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방문자 여권은 관광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에 운영했던 ‘문화유산 스탬프 북’은 문화유산 거점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발급할 수 있었다. 이번 방문자 여권은 온라인으로 발급하거나 코레일 여행센터 등 지역별 거점에서도 수령할 수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위주로 진행했던 해외 행사도 주요 도시에서 대면으로 이뤄진다. 오는 5월 일본 도쿄와 8월 미국 LA에서 열리는 한류 문화 페스티벌 ‘케이콘(KCON)’에서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홍보 공간이 마련된다. 해외 한류 팬들한테 전통 간식이나 음료, 전통 화장품 등을 소개하는 식이다. 11월엔 영국 런던에선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유산 홍보 행사를 개최한다. 국내 호남권역 방문코스인 ‘소릿길’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릿·공·감’ 부스와 미디어아트 전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약 1만석 규모의 ‘코리아 온 스테이지’에선 케이팝과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최 청장은 “단순히 볼거리만이 아니라 축제와 공연,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접목해 문화유산과 사람 사이 간극을 좁히겠다”며 “이번 문화유산 방문 캠페인이 한국 문화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매력적 창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3 봄 궁중문화축전 ‘풍류에 그루브를 더하다’ 고궁음악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수정전에서 열렸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6일까지 재즈와 국악, 전통무용 등 다양한 협업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이솔 기자 soul5404@hankyung.com
일제 강점기 때 전차 선로가 들어서며 훼손된 광화문 앞 월대(越臺·月臺)의 변화 과정과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확인됐다.25일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 발굴조사 결과와 향후 복원계획을 공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월대의 서편과 달리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동편 모습을 통해 경복궁 중건 당시 월대의 전체 모습을 확인했다"며 "복원을 위한 실물 자료를 확보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월대는 궁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를 뜻한다. 광화문 앞에 있던 월대는 중요한 국가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였다. 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영건일기'에는 186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월대를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문화재청과 서울시의 발굴조사 과정에서 일제가 광화문 월대를 훼손하고 그 위에 깐 전차 철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1917년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선로는 광화문 월대의 동편과 서편에서 '와이(Y)' 형으로 만나 세종로 방향으로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1966년 세종로 지하도가 생기며 땅속에 묻혔다.지금까지 월대의 정확한 모습이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1890년대 이후로 전해진 사진 자료를 통해 전체 규모를 가늠했다. 발굴조사 결과 길이 48.7m, 너비 29.7m의 전체 규모를 파악했다.임금이 지나가는 길인 어도(御道)의 옛 모습도 가늠할 수 있었다. 월대에서 중앙 문과 이어지는 공간에 너비 약 7m의 어도지 흔적이 확인됐다. 어도 계단 터에서 소맷돌을 받쳤던 돌인 지대석이 확인돼 월대 원형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월대의 복원은 전통 재료와 기법을 활용해 이루어질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1920년대 해체된 뒤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등에 옮겨져 있던 난간석, 하엽석 등 재료를 재사용하고, 문화유산수리장인 등 전문가와 함께 월대를 복원할 예정이다. 복원공사는 오는 10월 마무리된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