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에 가깝게, 더 가깝게…"지금보다 5㎝는 더 낮춰야"

포물선보다는 다소 완만한 이 곡선의 이름은 사이클로이드(Cycloid)이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였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이름을 붙였다.
이후 아이작 뉴턴이 연구해 미적분 발전으로 이어졌던 사이클로이드는 우리 실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놀이장의 미끄럼틀, 빗물을 빨리 흘려보내기 위한 한옥 처마가 그 사례다.
야구에서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적용하고자 했던 선수가 바로 SSG 랜더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32)이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재활을 이겨내고 지난해 팀에 돌아온 박종훈은 이번 시즌 SSG 선발진 한 축으로 활약 중이다.
4월에는 다소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지만, 6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를 펼쳐 시즌 첫 승리를 수확했다.

그래서 이렇게 던지려고 팔 각도를 올렸었다"고 밝혔다.
거의 공으로 마운드를 긁으면서 투구하는 박종훈은 공을 손에서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지면에서 가까운 투수다.
그는 사이클로이드 곡선대로 던지고자 팔의 각도를 높였지만, 오히려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최근에는 다시 낮추려고 노력 중이다.
김원형 SSG 감독은 박종훈의 투구를 보고 "최근에 잠시 멈췄다가 던지는 동작을 추가한 것 같다"고 했는데, 박종훈은 "낮은 각도로 던지기 위해 먼저 팔을 수직으로 내린 뒤 잠시 멈췄다가 앞으로 나간다.
'ㄴ'자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게 편한 자세라서다.
나 역시 현역 때 팔이 내려가서 포크볼 위력이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며 "안 그래도 많이 노력하는 박종훈이 다시 팔을 낮추기 위해 큰 노력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종훈이 애써 다시 팔을 낮추는 이유는 제구다.
그는 "지금보다 더 팔을 낮춰야 한다.
원래 손이 땅에 닿을 정도는 아니라도 거기에 가깝게 내려갔는데,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다.
5㎝는 더 내려가야 한다"면서 "나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더 낮게 던질수록 좌우로 공이 빠질 각도가 줄어들어 좀 더 제구가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제구 난조는 박종훈의 가장 큰 고민이다.
스트라이크 존에만 꾸준히 들어가도 변화무쌍한 구질 때문에 타자들이 애를 먹지만, 갑자기 제구력이 흔들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위기에 처하기 일쑤다.

이번 시즌 박종훈의 성적은 5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50이다.
스스로 "아직 억지로 던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부족한 부분이 많고, 키움전도 완전히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해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3회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킨다.
박종훈이 '규정이닝 10승 투수'로 돌아가면, 안 그래도 강한 SSG 마운드는 철옹성이 된다.
박종훈은 "지금도 팔을 낮추고자 의식하면 낮아지긴 한다.
문제는 그걸 신경 쓰면 타자와 대결이 어려워진다"면서 "우선은 연습하고 마운드 올라가고, 타자를 상대하며 다시 연습해가며 조금씩 낮춰갈 것"이라고 답했다.
SSG에서 가장 많은 '섀도 피칭'을 하는 '훈련 중독자' 다운 답변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