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계 마리화나 처벌 논쟁은 이어져
미국 육상 데이비스-우드홀, 마리화나 복용으로 한 달 출전 정지
미국 육상 여자 멀리뛰기 국가대표 타라 데이비스-우드홀(23)이 마리화나 복용 혐의로 '한 달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미국 실내육상선수권대회 우승 기록도 삭제됐다.

미국도핑방지위원회(USADA)는 26일(한국시간) "2월 17일 채취한 데이비스-우드홀의 소변 샘플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다"며 "데이비스-우드홀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마리화나를 복용하지 않았고, 약물 남용 프로그램도 이수해 '가장 낮은 징계'인 한 달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데이비스-우드홀은 USADA의 결정을 받아들였고, 징계 기간(3월 21일~4월 20일)도 이미 끝났다.

다만 USADA는 2월 17일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열린 미국 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6m99를 뛰며 우승한 데이비스-우드홀의 기록을 삭제하기로 했다.

USADA가 이미 징계가 끝난 데이비스-우드홀의 마리화나 복용 관련 처벌 내용을 공개한 건, 몇몇 미국 선수들이 "마리화나는 경기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리화나 복용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육상 데이비스-우드홀, 마리화나 복용으로 한 달 출전 정지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미국 스프린터 셔캐리 리처드슨(23)이다.

리처드슨은 레이스마다 머리카락 색·인조 손톱을 바꾸는 화려한 외양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주목받았다.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오랫동안 밀린 미국 육상은 리처드슨을 보며 여자 100m 세계 기록 보유자 플로런스 그리피스 조이너를 떠올렸고, 영국 가디언은 '우사인 볼트 이후 가장 매력적인 육상 선수'로 리처드슨을 지목하기도 했다.

리처드슨은 2021년 6월 20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 여자 100m 결선에서 10초86으로 우승해 상위 3명이 받는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는 듯했다.

하지만 약물 검사에서 마리화나 성분이 검출됐고, 결국 도쿄올림픽 개막 직전에 선수 자격이 1개월 박탈됐다.

대표 선발전 기록도 취소되면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잃었다.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 미국 육상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오래 떨어져 산) 어머니의 부고를 받았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고, 그런 선택(마리화나 복용)을 했다"고 고백했다.

리처드슨의 마리화나 복용 문제는 미국 육상계를 넘어 사회적인 토론까지 불렀다.

스포츠 스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마리화나는 경기력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며 "리처드슨은 도쿄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처드슨의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리처드슨이 어려운 일을 겪었고, (도핑 테스트 적발 후) 잘 대처했지만, 규칙은 규칙"이라고 리처드슨의 대표팀 발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리처드슨도 마리화나 복용을 시인한 뒤 "내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잘 안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도 없다"며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기했다.

이후에도 미국 스포츠계는 마리화나를 두고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USADA는 "우리는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규정을 따른다.

마리화나가 스포츠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길 바라는 WADA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며 마리화나 복용에 관한 규제 유지를 재차 확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