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에 미친 척하고 제안…질투나면서도 존경스러운 사람"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거나 톱스타 배우로 출연진을 꽉 채우지 않고도 총 1천620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2시간을 쉬지 않고 '웃기기'에만 집중한 영화는 넋 놓고 웃고 싶은 관객들의 취향을 사로잡았고, '명량'(2014)에 이어 역대 한국 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26일 개봉하는 신작 '드림'에선 주특기인 코미디에 힘을 빼는 대신 그 자리에 서사를 채워 넣었다.
인생의 쓴맛을 본 노숙인들이 모여 국가대표로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다는 이야기다.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극한직업'은 '다 모르겠고 그냥 웃겨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면 '드림'은 익숙한 방식으로 이 이야기가 다가가도록 촬영했다"고 말했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고, 쉬운 방법으로 재밌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소외된 곳을 소개해주는 이야기잖아요…몇 년 전 교양프로그램에서 관련 실화를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왜 난 이런 걸 전혀 몰랐을까,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요.
"

2015년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을 직접 관람하는 등 총 8년간 '드림'을 구상했다.
막상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 홈리스 축구단을 이끄는 감독 홍대 역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스물'(2015)의 흥행으로 "스스로 잘나가는 감독인 줄 알았던" 이 감독은 당황했다.
이 감독은 "축구를 해야 해 힘은 드는데 그렇게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라 출연 제안 거절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아서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던 박서준 씨가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구단의 출전기를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PD 소민 역은 아이유가 맡았다.
이 감독은 "내가 캐스팅한 게 아니라 아이유가 나를 선택해준 것"이라며 "그는 질투 나면서도 존경스러운 사람"이라고 했다.
"소민은 톱스타가 하기에는 조금 빠질 수 있는 역할이거든요.
그래서 아이유 씨는 애초 캐스팅 리스트에도 없었어요.
그러다 '미친 척하고 한번 제안해 봐라. 아이유 씨가 하겠다고 하면 시나리오도 수정하겠다고 해라'고 담당자에게 말했죠. 그러고서 일주일 후에 출연하겠다는 연락이 오더라고요.
"

그러나 '드림'이 이 감독의 전작과 비교하면 작정하고 웃기는 영화는 아니다 보니 시사회 후 좋지 않은 평이 나오기도 했다.
웃음보다 감동 코드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것이다.
이후 이 감독은 자신이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도 얼마나 웃기느냐로 평가받는 감독이 됐다며 '드림'의 장애물은 감독인 자신이라고 자조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이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이 영화는 '이병헌스럽지' 않고 '드림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극한직업'으로 인한 기대치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극한직업'은 제가 짊어져야 할 무거우면서도 고마운 짐이에요.
부담이기도 하지만 관심이라고도 생각하고요.
덕분에 '드림'이 투자 심사에서 가산점을 받았다고도 생각해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