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찬반 갈등 속 회동 기대했으나 아무런 언급 없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하는 길에 제주 현안인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회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불발됐다.

제2공항 '제주 패싱' 논란 원희룡, 오영훈 도지사 만남 불발
원 장관은 3일 오전 추념식이 끝난 뒤 방문 소감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아무 말 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원 장관은 전날 오후 제주를 방문해 이날 오후까지 1박 2일 일정을 보냈다.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전직 제주지사이자 현직 국토부장관의 제주방문 소식은 도민 사회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오 지사가 지난해부터 원 장관에게 제2공항과 관련한 면담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아 원 장관의 '제주 패싱' 논란도 커지는 터였다.

오 지사는 환경부가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한 뒤 지난달 6일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이) 전직 지사이고 제2공항 갈등 현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라 상당한 협조체제를 기대했다.

주무부처 장관이기 때문에도 그렇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대처, 제2공항 대응은 매우 이해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을 지경"이라고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오 지사는 또한 지난달 31일 "4·3 추념식을 전후해 귀빈 방문으로 일정이 빈틈이 없지만 (원 장관이 제주에 내려오는 길에) 만남을 요청하면 시간을 조정해 만날 의향이 있다"며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오 지사와 원 장관은 이날 오전 추념식장에 입장하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영접하는 과정에서 잠깐 인사만 나눴다.

제주도는 현재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나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측은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한다면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원 장관은 제2공항 사업 주무 행정기관의 장으로, 도민사회 일부에서 제기되는 제2공항 주민투표 실시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민투표에 관한 질의에 "제주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있다.

거기서 부동의하면 모든 절차가 그대로 끝이 난다"며 도의회 동의 여부에 주민 의견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에 주민투표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원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도 "(주민투표 실시 여부를)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2015년 11월 국토부가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를 제2공항 예정지로 확정 발표할 당시 제주지사를 지냈다.

그는 도지사 재임 시절 정부에 제2공항의 조속한 건설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도민들 사이에서는 원 장관이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환경부 조건부 동의를 받은 이후 이틀 만에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전격 공개하고 제주도에 도민 의견수렴을 공식 요청하는 등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